by moolovemoolove Feb 19. 2022
D는 잘 웃었다. 리액션이 좋아서인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같이 있으면 편하고, 때로는 자기를 낮춰 다른 사람들을 웃길 줄도 알았다.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했었고, 학업도 소흘히하지 않았다. 방학 동안은 미국으로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평소에 D와 가깝게 지냈던 E는 불현듯 D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분명 저 너머의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인생관, 가치관, 직업관, 무엇이든 듣고 자극받고 싶었다.
"우리도 이제 취준이야." E가 넌지시 얘기를 꺼냈다.
"그러게. 시간이 너무 빠른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D가 대답했다.
"그냥 이렇게 회사에 들어가는 게... 너무 평범한 것 같아."
"난 평범한 것도 나쁘지 않은 듯." D는 앞을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둘은 나란히 걸으며 지하철역을 향해 가고 있었다. E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좀 욕심나지 않을까, 나중에는?"
"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면 취미로라도 하게 되지 않을까?"
E는 살짝 답답했다. 그녀가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던 느낌은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고, 기울일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으며 치열하게 살아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요즘 이렇게 생각하는 애도 있나 싶었다.
"그러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우려나? 열심히 하면, 뭘 하든 어느 정도 결과물도 있을 것 같은데... 당연히 그 정도로 큰돈을 벌거나, 사람들에게 엄청 인정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있고, 본 직업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D의 여유 있는 말투에 E는 어느새 굉장히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리고 뭐...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것도 딱히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해.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답도 아니고.... 자기 능력과 노력의 한계치에 맞는 직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고... 또 거기에 충실하면서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게 난 더 좋은 듯. 그게 더 어려울 수도 있고..."
E는 뭐라고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언뜻 듣기에는 적당히 살겠다는 내용 같지만, '노력', '충실', '한계치', '의미 있게' 등과 같은 단어들이 반박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오히려 자신이 처음에 그렸던 라이프 스타일보다 더 이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D는 탄력을 받은 듯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살면, 아주 큰돈은 벌 수 없어도... 그렇다고 적게 벌지도 않을 거야...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모든 기준을 돈에만 두지 않으면 초조해할 필요도 없는 듯."
둘은 어느새 지하철역에 도착했고,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의 길로 갔다. E는 왠지 모를 여운에 휩싸여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아까와는 달리 답답하지 않았다. 집에 가는 길, 그녀는 D의 얘기를 조금씩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