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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by moolovemoolove

봄과 여름의 경계. 초여름의 이른 아침, 나무와 길이 많은 공원에는 아직 사람들이 없다. 햇볕에 아지랑이가 낮게 올라오는 짙은 회색의 아스팔트 길. 어쩐지 푹신한 듯 견고한 땅덩어리 위를 한 발 한 발 디딜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바로 안정감 때문이다. 손바닥을 허공에 마음껏 펴 따듯한 미풍을 받아쳐본다. 문득 시리고 아파서 주머니 밖으로 손을 빼내지 못한 채 걸어야 했던 겨울을 떠올린다. 그랬던 시간 한가운데를 뚫고 다다른 지금이 새삼 뿌듯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걷고 있는 발을 보며 걷다가, 가까워지는 저 멀리를 보며 걷다가, 문득문득 생각나는 최근의 생활을 되짚어보는 것이 F에게는 산책이다. 엄연히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지만 그렇게 잠깐이라도 시간을 멈춰 세운 것처럼 해야 다시금 산책거리를 만들 수 있다. 이윽고 몇 일치 혹은 몇 주치 마음속 지침을 만들어내고 나서 F는 공원을 빠져나와 다음 산책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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