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사람에 관하여 쓴 책
유희열 씨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일본 만화작가 마스다 미리 씨의
밤하늘 아래.
삶에 지쳐서 밤거리를 걷다가
밤하늘을 잠시 바라보고
달과 별빛에 위안을 얻는 일련의 현상을
일본 가락국수처럼 담백하게 책으로 엮으면
이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면서 밤하늘에 감동받은 일들이 있다.
어린 시절 뉴스에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소식에
동네 형과 함께 겨울밤
유성을 기다린 기억이 있다.
한 시간 정도 밤하늘을 보며 서 있었는데
정말 오지게 추웠다.
발을 동동 구르며 그냥 들어갈까를 수십 번 고민하던 중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밤하늘을 양등분하는 장엄한 유성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고드름 같이 얇은 빛을 내곤 사라지는
작은 별똥별을 볼 수 있었다.
소원을 빌었는지, 빌었다면 무슨 소원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우연이 아닌 목적에 의한 관찰로 천체 현상을 관측한
오지게 추운 의미 있는 겨울밤이었다.
조종사가 되고 생긴 특권 중 하나는
미세먼지와 인공 빛공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밤하늘을 야간 비행 중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순수한 밤하늘엔
무당이 힘차게 쏟은 쌀알처럼
촘촘히 박힌 별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간혹 나이트 비젼 고글NVG이라는 장비를 착용하는데
미세한 빛을 증폭시키기에
평소 눈으로 볼 수 없는 6 등성 이하의 어두운 별들도
녹색빛 별로 볼 수 있게 해 줬다.
NVG를 쓰고 밤하늘을 보면
우리 은하의 이천억 개의 별들이
밤하늘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절로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입이 벌어지는 순간만큼은
조종사라는 사실에 고마워진다.
마지막은 오키나와의 밤하늘이다.
후배들과 운 좋게 비즈니스 좌석으로 날아간 오키나와
우리가 묵은 숙소는 어느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산장이었다.
산장 주인은 젊은 부부와 어린 딸이었다.
남편은 시부야 거리 클럽의 래퍼였고,
부인은 래퍼의 열성 팬이었다고.
클럽 주인의 갑질에 부인은 래퍼를 설득해
클럽을 그만두게 만들었고,
모아놓은 돈으로 세계일주 중 딸이 뱃속에 들어와
일본으로 돌아와 산장을 짓고 살고 있다고 했다.
바비큐를 먹고 산책을 나서는데
주인장의 어린 딸이 업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난처한 표정으로 래퍼 주인을 쳐다보니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보다 너무 가벼운 딸내미를 업고
산장 앞 나무와 풀숲을 걷다가 본 밤하늘.
와 스고이~라는 진부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깨끗한 남국의 섬답게
티 없이 맑은 공기들 사이로 별들이 무수히 빛 났다.
등에 업은 아이의 온기와
밤하늘의 별빛 그리고
바람과 벌레들 소리가 어우러져
기억을 더욱 아름답고 깊게 새겼을 테다.
지구의 나이는 46억 년 정도라고 한다.
우주의 크기는 465억 광년 정도라고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겸손하고 귀하게 쓰면
우리 삶도 우주를 장식한
또 하나의 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