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관한 짧은 이야기.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느낌의 동화.

by 김대호


현관의 신발들은 매일 저녁
거실에 불이 꺼져 어두워지면
회의를 시작했다.

언제나 회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현관 문턱 너머
거실에 가볼 수 있을까?

현관 밖 모든 세상은 쉽게 가 볼 수 있지만
오직 현관 너머 거실만은
번번이 문턱을 넘기 전에 좌절을 맛봐야 했다.

최근 회의에는 항상
얼마 전 아깝게 기회를 놓친
쪼리의 경험담과 아쉬움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이 집 개구쟁이 둘째가 신는 쪼리는
놀이터에서 후다닥 들어오는 둘째의 발랄함에
거실로 뛰어들 기회가 있었지만,
현관문이 간발의 차로 빨리 닫히는 바람에
실패로 끝이 났다.

모든 신발들은 쪼리의 거실 입성을 향한 점프에
기대가 찬 눈빛으로 소리를 지르다,
현관문에 부딪히고 떨어지는 쪼리의 낙하를
안타까운 탄식으로 지켜보았다.

이 집 현관에서 가장 오래된
신발장 구석의 등산화 노인은
구겨진 모습처럼 걸걸한 목소리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회의 중간에 맥락 없이 읊곤 했다.

거실 바닥은 대리석보다 부드럽고
늦봄 잔디처럼 폭신하며
초겨울 새벽 첫눈처럼 시원하다고.

모든 신발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턱 너머
형광등 불빛에 백옥처럼 빛나는
거실 바닥을 걷는 상상으로 잠이 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이 집 첫째 아들이
교복을 입고 현관문을 나서다
갑자기 다시 문을 열고 되돌아왔다.

매일 끼고 나가던 에어팟이 거실 탁자 위에 있던 것이다.

첫째 아들은 현관문에서 조심스럽게
거실을 살펴보며
어머니의 위치를 살폈다.

평소와 다른 아이의 행동에
신발장의 노란 장화가 낮게 소리쳤다.

모두 일어나서 봐봐!
기회가 온 거 같아!!

첫째 아이의 양발에 신겨진
검은색 나이키 고르테스는
너무 놀라 어버버 거리며 부르르 떨었다.

조심히 거실을 살피던 아들이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신발을 신은 채 거실로 발을 디뎠다.

드디어..
드디어!!!!-
신발장과 현관에 있던 모든 신발들이
소리치며 환호했다.

신발을 신은 채 거실로 들어온 아들을 발견한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에
모든 신발들은 손뼉 치며 춤을 추었다.

짝짝짝-

그림 작가 @Yont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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