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관찰
며칠 전 활주로 관제탑에 근무할 기회가 생겼다.
비행을 배우는 학생들이 활주로에서
문제없이 임무를 마치는지
감시하고 조언하는 역할이었다.
근무 중 비행기들이 모두 공항 바깥 공역으로 나가
여유가 생겨 망원경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산등성이마다 연분홍 연지곤지 화장을 한 듯
점점이 꽃이 피고 있었고,
연녹색 새순이 마른 대지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그러다
기지 바로 옆 국내 굴지의 항공산업 회사의
옥상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의 근무복을 입은 사원들이
삼삼오오 병아리처럼 모여
담배를 피우며 따사로운 봄볕을 쐬고 있었다.
망원경이라 소리를 들을 순 없으나,
왕관 모양을 닮아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19가 일으킨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여러 어두운 소식을
사회적 동물’ 답게 담배 연기 사이로 나누는 듯했다.
인근 지역 확진자의 친근한 동선
주가 지수와 특별히 가파른 자사주가 추락
이동제한과 날아가버린 휴가 계획
듣지 않아도 들리는 똑같은 뉴스와
잡담 소재거리였다.
어두운 대화거리에도 불구하고
멀어 흐릿한 표정들은 분명 밝고
노란 근무복에 투영된 봄빛은 맑다.
어느새 비행기들이 돌아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는 것을 지켜본 후
다시 옥상으로 망원경을 돌렸다.
옥상에는 담배연기가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이제 자신들의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이겠지.
잠시 지구의 왕관을 차지한 코로나 바이러스도
언젠간 다시 인간에게 자신의 이름을 돌려주고
자연의 어두운 틈바구니로 사라질 테다.
관제탑을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의
공기가 헛헛했다.
폭군은 언젠간 사라지겠지만,
언제 사라질지 예상 못하는 백성의 심정처럼.
부족함을 통해 가진 것의 참의미를 깨닫는 이치로
마스크 없이 친한 이들과 활짝 웃는 표정으로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에서 옹기종기 모여 떠들고
함께 손잡고 덕담을 나누는.
소소했던 것들이 엄청난 행복임을 깨닫게 해 주었으니
코로나는 이름대로 큰 역할을 하고
자기의 자리로 사라질 테다.
우리는 서로 어루만지며
언제나 그랬듯이 이겨내고.
폭군이 사라진 그 자리를
봄볕처럼 채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