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목격한 장면을 담다.
사람들은 각자 삶에 대한 나름의 확인법이 있나 보다.
얼마 전 후배가 고열이 심해
데리고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었다.
분주한 응급실 한켠 침대에 후배를 누이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담당 의사를 기다렸다.
갑자기 화를 당해 실려온 사람들.
예정돼 있던 화가 드러나 누운 사람들.
남의 화를 보살피는 사람들로
응급실은 둥둥 뛰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자리만 유독 조용했는데
내가 앉은자리 옆 침대였다.
백발의 할머니가 가슴 주변에 온갖 장치를 달고 계셨고,
방금 밭에서 일하다 오신듯한 복장의 할아버지가
침대 옆에서 조용히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십여분 마다 한 번씩 울리는 긴급한 벨소리에
간호사와 의사들이 몰려들었기에
할머니가 얼마나 위급하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반면 할아버지는 조용하고 침착하게 앉아 계셨다.
가끔은 할머니가 누워계신 침대 주위를 말없이 걸으셨다.
그러다가 문득
할아버지는 누워 계신 할머니 발 앞에 멈추셨다.
뭐하시려는 걸까.
할아버지의 행동을 유심히 엿봤다.
할아버지는 이불 바깥으로 삐져나온 할머니 왼쪽 발을
투박한 자신의 손가락으로 몇 번 간지르셨다.
그러자 할머니의 발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그리곤 이를 지켜보던 나와 할아버지의 눈이 마주쳤는데
할아버지는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지으신다.
아... 그런가.
응급실에서 알려주는 삶의 표시인
심장박동의 그래프와 복잡한 숫자들보다
할아버지는 자신만의 확인법이 더 안심이 됐을 수 있겠다.
그가 키우는 식물들도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
바람이 간지럽히면 사사삭 소리 내며 흔들리고,
여물 먹은 황소도 죽은 듯 곤히 자다가
새끼가 혀로 낼름 간지럽히면 꼬리를 흔들고 눈을 깜박이며 일어났다.
그가 삶에서 체득한 확인법을 통해야
할머니의 안위를 확인하신 게 아닐까.
응급실의 수많은 그래프와 기계음이 줄 수 없는
믿음이 느껴지는 확인법일 테다.
두 분의 삶은 여러 가지 확인법들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할아버지의 온화한 표정과 보살핌을 통해
그들의 삶을 감히 엿본다.
후배의 아버지가 곧 도착하여,
나는 그 두 분을 뒤로하고 응급실 문을 나서야 했다.
할머니가 쾌차하셔서
한동안 주무시지 못해 피곤에 곤히 잠든
할아버지의 발을 간지럽히시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쏘스윗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