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의 상상
종이 나비.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다
무심코 천장을 봤다.
아...
하얀 종이로 만든 수많은 나비가
환풍기 미풍에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끝이 없는 아다지오 빠르기의
나비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고질적인 상상이 뭉게 핀다.
나중에 딸아기가 생겨
걸어 다닐 만한 나이가 되면.
아이가 어린이집 가서 집에 없을 때
몰래 아이 방에
나비들을 불러 모아주면 어떨까.
전등 몇 개와 A4용지 백 여장
그리고 실타래 한 뭉치만 있으면-
아마존에 있다는 종이 흰나비 무리들을
방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현관문으로 신을 벗고 들어와
자기 방문을 열 때까지의 시간을
나는 견딜 수 없어
애꿎은 냉장고 문을 여닫고
오뉴월 더위를 못 참는 누렁이마냥
이리저리 맴돌며 진땀을 흘릴지도 모른다.
결국 아이의 방 문은 열리고
수많은 나비는 놀라 팔랑거리고
아이는 놀라 눈이 커지고
심장이 뛰고
손 흔들며 더 높이 뛰고
나도 같이 뛰고.
갑자기 카페 진동벨이 붉게 뛰고
나는 다시 현실로 걸어 나간다.
흰나비 무리도 함께 날아와
다시 카페 천장으로 돌아간다.
#등짝스매싱은옵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