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보내며.
때때로
비행을 배우는 학생들과 해가 진 후 이륙한 날
제주도로 향한 항로에서 관제교신이 조용해지면.
이 순간만큼은 계급이나, 권력 거리나, 경험 차이나, MBTI 성향이나, 세대간격을 떠나
밤하늘에 박힌 오조오억개의 별들 아래
수만 리터의 물감으로도 부족한 끝노을 곁
깊이감을 잃은 짙검은 바다 위
조용히 돌아가는 프로펠러 엔진에 몸을 의탁한 채
공중에 앉아있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감정에 새기고,
기억해 주기를 바란 적이 있다.
어쨌든 우리가 평생 일해야 할 사무실은 여기라고.
물론 이런 무드는 모기지와 교신하는
순간 와장창 깨지게 마련이지만.
원석이 진하고 순수하다면
깨진 파편이 더 멋질 때도 있다.
#후배들의수료를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