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 왔다.

by 김대호

고흥에 왔다.

한반도 끄트머리, 익숙지 않은 이름이 끌렸다.

들어본 적 없는 ‘소문난 갈비탕’으로
첫 방문지를 정했다.

갈비탕 집이 위치한 마을 입구
군사공항 결사반대 붉은 현수막이 반겨준다.

커피만 먹은 허기진 위장이라
얼큰한 갈비탕이 잘도 들어갔다.

간간히 빗물을 뿌리던 하늘이 갠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방조제 억새밭을 보며 걸었다.
벤치에 어머니가 어린 딸을 안고 있었다.
방조제 풍경도 어머니 같았다.

외나로도 우주과학관에 갔다.
우주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정도다.

여러 영상 중
활주로에서 이륙해서 우주까지 나아가는
비행기 조종사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국력만 충분하다면 아무도 안 지킬
우주 윤리를 뒤로 하고 봉래산으로 떠났다.

봉래산은 등산로 지도에
무려 우주센터 아이콘이 있는 국내 유일의 산이다.

가을 단풍 절정에 남도 섬의 절경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등산로가 마음에 들었다.

등산로 중간 태풍 매미로 유실된 소나무를 기리는
‘만들어진’ 전설비가 흥미로웠다.
용 한 마리를 끼워서 바위에 새긴다고
쉬이 전설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산하며 통과한 편백나무 숲길
해 질 녘이라 땀이 식으며 스산했다.
멧돼지가 나타나면 어떻게 피할지 계속 생각했다.

땀에 절어 도착한 숙소
이름부터 우주항공 호텔이다.
공군이라고 할인 따위는 없었다.

샤워 후 상쾌한 기분으로 주변 항을 산책하다
남도 맛집이라는 직관적인 간판에 홀려 들어갔다.

홀에 홀로 앉아
지역 막걸리 한잔에
삼치구이를 장에 찍어 먹는다.

기분이 쉬이 취한다.
그 기분 그대로 가져와
아메리카노와 약 한방백숙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에 와서 하루를 남긴다.

주인아주머니가 귤과 무화과를 주셨다.
고흥에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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