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을 조이는 비행 장구를 착용하고,
어스름한 주기장을 가로질러 야간비행을 위해 항공기로 걸어간다.
서쪽 활주로 연장선 금오산 뒤로 해가 숨으며
자신의 붉은 흔적을 하늘에 물들였다.
종종걸음으로 뒤쫓아 오는 학생 조종사에게 서쪽을 가리키며
- 이야 저거 봐라. 누가 커다란 전등불 켜놓은 거 같다.
라며 말을 건네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 금오산과 노을을 잠시 지켜보다 대답했다.
- 네 마치 아궁이에 불 때는 것 마냥 빛납니다.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추운 초겨울 한국의 서쪽 하늘에 생기는 붉은 노을을 표현하는데 저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어떻게 그런 멋진 표현을 생각했냐는 물음에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아궁이에서 놀던 생각이 났다 한다.
그처럼 나 또한 어렸을 적 태우는 것이 즐거웠다.
고향 본가는 쓰레기 차가 오지 않는 논밭 사이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에서 태울 수 있는 건 뒷마당 드럼통에 쏟아 태웠다.
나는 막내로서 심부름의 명 아래 쓰레기가 재가 되는 연소의 순간을 지켜보았다.
구수한 냄새의 연기가 하늘로 오르면 따듯한 온기가 얼굴을 감쌌고,
빨간 불씨가 해일처럼 쓰레기들을 삼키고 나면 검회색 재들이 드럼통 밑으로 쏟아졌다.
멍하니 나뭇가지로 불더미를 쑤시며
에너지의 산화와 존재의 소멸을 감상하면 오히려 마음은 잠잠해졌다.
재들 사이 점점이 불씨가 꺼져갈 때 즈음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 통들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옷에 묻은 불 냄새가 마지막 발악으로 코에 훅 끼쳐왔다.
동시에 기름 타는 냄새가 끼쳐오고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 시동이 걸렸다.
활주로 위에서 우리 차례를 기다리다
참신한 표현력을 지닌 학생조종사의 진부한 멘트와 함께
노을에 불타 검게 변해버린 금오산 서쪽 하늘로 이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