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설거지

by 김대호


며칠 전 인생의 설거지 중 하나를 마쳤습니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고, 이 세상의 모르는 부분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라는 건설적인 생각과

남쪽에 내려와 지내는 시간을 의미 있고 진하게 보내자 라는 생각

그리고

봄 꽃 핀 캠퍼스의 잔디를 뒹구는

고삼 야자시간에 졸면서 꾸었던 오랜 바람을 이루기 위해 시작했던 산업심리학의 배움이었습니다.


물론 잔디밭 뒹굴기는 코로나 사태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만 나머지 목표들에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린다 그래튼이란 꽤 똑똑하신 분이 백세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신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여기저기 참 많은 이직을 했는데, 그녀가 주장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삶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즉, 지금까지는 태어난 후 20년간의 교육기간,

이후 40년간의 일하는 기간,

그리고 은퇴 후의 삶으로 명확하게 3등분 되는 삶이었다면


생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차 각 단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배움을 지속해 새롭게 할 일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미래의 삶에서는 집, 현금, 예금 같은 유형 자산보다는

지식과 기술, 변화 대응력과 건강처럼

오래 일하기 위한 생산과 활력 자산이 중요해진다고 말합니다.


결국 지속해서 일하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꾸준히 확인하고

자투리 시간, 주말, 장기적으로 배울 것을 미리 나누어 배워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쉬지 않고 배우라고 너무 몰아붙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인터뷰는 저에게

지금 나를 규정하는 수식어들이 언제까지 정의할 수 있을지,

자랑스러운 수식어에 취해 넋 놓고 있다간 뒤쳐진 은퇴군인이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린다 그랜튼 교수님의 말씀과 맥을 같이 해

우리나라의 김영민 교수님은 그의 책에서 세대의 변화와 숙제를 설거지에 비유해 얘기하셨습니다.


설거지는 미루지 말고 자기 몫을 바로바로 해야 하는 것처럼

각 세대는 자신의 책임을 제시간에 다해야 하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뒷 세대들의 설거지 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걷지 못하는 그날까지도 내게 주어진 숙제를 차근히 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은근한 보사노바 음악을 틀어놓고 즐겁게 다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하나의 설거지를 마친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리며

백세시대의 남은 60여 년을 어떻게 보낼지

제가 마친 학업이 내 삶에 어떤 나비효과를 미칠지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강풍으로 여러 번 시도해 얻은 석사모 투척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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