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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대의 목련

by 김대호

자운대의 목련


자운대에 짐을 푼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주소를 옮겨 자운대 가족이 된지는 3개월이 지났다.

사계절을 지내보니 자운대에는 자랑할 것들이 여럿 있다.

그중 이 시기에는 단연 폭발하는 목련이 최고의 자랑이다.


자운대로 들어가는 널따란 도로 좌우에는

줄지어 키 높은 나무들에서 목련들이 터지듯 피어난다.

여기저기 모여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목련을 보곤

감탄을 하고, 얼굴을 들이밀어 목련과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이 목련의 자태에 놀라는 모습을 보면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이렇게 자랑하는 것을 보아하니

자운대 식구가 된 것이 꽤나 분명해진다.


먼 옛날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한 병사가 그리스의 승리를 알리기 위해

전장에서 아테네까지 쉬지 않고 뛰어와 소식을 외치곤,

숨을 거두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목련은 겨울과 봄의 싸움에서 언제나처럼 봄이 이겼다고,

온 세상을 잠시나마 봄이 통치할 거라고 온몸으로 활짝 외치고는

흙색으로 낯빛이 변한 채 사정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올해도 역할을 다한 목련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전해준 봄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승리 소식에 축제를 즐기는 그리스 시민들처럼

음악소리에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이


사명을 다한 목련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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