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양에게

by 율팬


D양, 나는 그대를 알지 못한다.
아니 그대의 이름 석자 외에 나는 그대의 무엇을 아는지 모르겠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름? 얼굴? 직업? 성격?
사람을 안다는 것, 그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설령 안다한들 내가 또 어쩔 것인가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것
말을 성큼 내뱉지 않는다는 것
그것 외에 내가 그대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인가
D양 하고 생각할 때, 떠오르는 느낌들
어쩌면 그것조차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그대에 대한 허상일지도 모르지
긴긴 인생에 잠시 잠깐 만났다가 인사도 없이 헤어진 우리가
무슨 공통의 화제가 있어서 얼마나 마음을 깊이 나눌 수 있었단 말인지
아침 밥을 먹으면서, 청소를 하면서, 빨래를 널면서
나는 그대를 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를 물끄러미 다시 보았다.


평생 같이 살아도 모를 것이 사람속이라는데
아니 내 속조차 때로는 모를 때도 있는데

종종 그대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다 닫힌 문 앞에서 잠시 멈칫하고는
까닭도 모를 안타까움에 멍하니 앉았다 일어서 온다.
무심한 풍경, 내게서는 멀리 있는, 해지는 노을을
그저 바라보는 거지. 오래오래 기억할지 이름만 기억할지
그것조차 지금의 나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살다보면 D양처럼 말 걸고 싶고
애잔한 사람이 가끔씩 있다.


잊어버린 메일 주소를 핑계 삼아
오늘은 이곳에서 안부를 묻는다.
그대는 오늘, 무엇을 하였는가? 누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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