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무언가가 사라지고 난 뒤
그것을 떠올리는 일은 내게
미장이가 '세멘' 바른 벽을 떠올리게 한다.
목구멍부터 명치를 타고 전해오는 저릿한 아픔과
뒷머리와 목줄기를 아무리 돌려도 풀리지 않는 슬픔
그 묵직한 덩어리들을 납작한 삽으로 슥슥 문질러
버터 바른 빵처럼
몸속 구석구석 스며들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잘 발라진 회색 벽면은 겉보기엔 너무나 매끄럽다.
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도톨도톨, 혹은 까끌까끌한
수천수만의 입자들이 들어 있는가.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라는 미장이의 손길에 '세멘트칠'이 되었을 뿐.
하지만 이제, 그것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