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체국에 들러 ‘담음’ 창간호에 도움 주신 분들께 소포를 보내고 우체국을 나오다
우연히 ‘학산’으로 발길이 갔다. 언젠가부터 꼭 한 번은 가봐야지 했던 곳인데,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산을 오른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그냥’ 어떤 곳인가,
길은 어떻게 나 있나만 한 번 보기나 하자 싶어 달서성당 옆길로 난 계단을 따라 무심코 걷게 되었다.
길은 산길이 아니라 산을 가로질러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시멘트 길을 내 놓은 것이었는데,
2-3분을 걷지 않아서 산으로 오르는 길을 발견했다.
‘우와~!!! 이렇게 좋은 곳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나무 사이를 걸으면서도
처음엔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도로를 하나 사이에 두고 도시 뒤로 이렇게 멋진 산이 있었다니,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걸으니 마치 정말 어느 먼 곳, 높은 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한창 피어난 아카시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는 또 얼마나 그윽한지,
뭔가 귀한 보물을 혼자만 발견한 것처럼, 마음이 뛰고 행복하였다.
‘아, 이제 이곳에 자주 와야지.’ 좀 과장하자면 돈도 빽도 없던 내가 갑자기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듯, 산이 거기에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뿌듯했다.
나무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하늘은 정상이 가까운 듯 보였지만,
등산을 준비하고 나선 길도 아니었고, 또 학산이 어떤 곳인지, 정상은 어딘지,
길은 또 어디로 나 있는지도 모르는 터라 우선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듯해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왔다.
그랬더니 주차장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조금 오르니 커다란 운동장도 보였는데,
거기서 사람들은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안내판을 보니 학산은 송현동에서부터 월촌, 상인, 월성동 지역까지 두루 걸쳐져 있는 듯 보였으며,
올라가는 길도 여러 군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산이 바로 곁에 있는 걸 몰랐다니 싶기도 하고, 앞으로는 왠지 이 길을 다시 지날 때마다
새삼 산쪽을 한 번 더 바라보며, ‘야, 오늘도 안녕!’하게 될 것도 같고,
때론 ‘곁에 있어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할 것도 같다.
그리고 왠지 우쭐대는 동네 꼬마처럼 “우리 동네엔 학산이 있어요!” 자랑을 할 것도 같다.
물론 그거야 오래 산을 찾고 알게 된 다음이겠지만...
오는 길에는 달서성당 앞으로 한번 올라가 보았는데, 검은콩으로 순두부를 만들어 파는 식당도 있고,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방앗간도 있었다. 방앗간 앞에는 데친 쑥과 말린 쑥이 한가득이었는데,
그 냄새가 너무 좋아 쑥버무리와 들기름을 사서 집으로 왔다. 이런 걸 ‘생활의 발견’이라 할까?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코 지난 것들에 대해 미안해진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내 삶을 그려가고 있는 요즘,
내 팔과 다리에게 고맙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에게 고맙고, 주변 모든 것에 고맙고 행복하다.
힘들었던 지난날의 추억도 이제는 조금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삶은 언제나 진행형,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 매일매일 슬픔인 때도 있었는데...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에게 주어진 삶이다.
숨쉬고, 움직이고,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고마운가.
‘학산’을 고작 한번 다녀온 감상치고는 너무 거창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아, 참으로 든든하고 행복한 아침이다.
2011. 5. 18.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