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 을 보다

by 율팬

2012. 6. 1. 금


직장 동료들과 같이 ‘내 아내의 모든 것’ 영화를 보았다. 오전 10시. 대구 중앙로역 옆 롯데영프라자 5층 GV에서 만나기로 한 날, 나는 9시 40분쯤 지하철을 내려 화장실을 들렀다 약속 장소로 갔다. 9시 43분. 할인카드를 확인하고 오정희의 소설을 펼쳐 읽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친구가 왔다.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경주씨. 그리고 10시가 좀 지나 도연씨와 미화씨가 왔다. 도연씨는 나와 비슷한 시각에 도착해서는 입구를 찾지 못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10시 20분. 영화 시작 전, 각자 어떤 카드가 할인이 되는지 알아보고 3500원 혹은 5000원을 내고는 조조 영화 티켓을 끊고 코페아 커피에서 커피를 한 잔씩 사들고는 6층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본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가벼운 흥분도 있으련만 나는 아무 감흥도 없이 그냥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소개 글에서 본 것처럼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잘 보여주었다. 강추할 만큼 영화가 깊은 감흥을 주진 않았지만,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특히 류승룡의 카사노바 연기는 놀랄 만했다. 다소 과장된 면은 없지 않았지만 로맨스와 현실과 이상이 적절히 버무려진 비빔밥 같은 영화. 결혼 후 조금은 냉랭한 관계에 들어선 여자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 마음에 남는 대사라면....


“침묵이 공기를 잡아 먹지 않도록 끊임 없이 말을 하라”는 임수정의 이야기.


아픈 것을 아픈 줄 모르고, 슬픈 것을 슬픈 줄 모르고, 억울한 걸 억울한 줄 모르는. 아니 모른 척 눈 감고 지내는 내게 어제 지현이의 말과 오늘의 영화는 약간의 따끔한 침 같은 것. 할머니가 생각났다. 평생 자신의 이야기를, 속마음을 내색 않고 그저 허허 웃으며 사신 분, 희생이라는 말, 부처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분.

나는 언제부턴가 할머니처럼 살아야 한다고 여겼던 것 같은데, 피 끓는 나의 영혼, 심장, 나는 이제 갓 마흔 중반의 꿈 많은 여인.


“경애야, 우리 더 늙어서 우리 신세를 불쌍히 여기는 할머니가 되지는 말자. 우리 인생. 없는 셈 치는 것하고 없는 것 하고는 달라. 조금이라도 나한테 미안해하는 부분, 나를 불쌍히 여겨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아무도 나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없어. 모두가 떳떳하고 당당하더라. 내가 이래저래 고생하면서 살았다, 참고 살았다 해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 서로 더 이상 이야기가 안 된다면 그걸로 아무 계획도 세울 수 없어. 그래서 나, 마음을 바꿔 먹었어.”


나는 내 인생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모른 척 한다고 몰라지는 건 아닌데, 남편도 아이도 신경 쓰지 않고 홀로 음악을 듣는 지금 이 시간. 이 평화를 나는 무작정 즐겨도 되는 것인가. 악착 같이 돈을 벌어서 아이 공부를 시켜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들이 요동을 친다.


2012. 6. 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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