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안은 온통 시래기 삶는 냄새로 가득하다.
이 구수하고 그리운 냄새는 어린 날, 해거름할 때
아버지나 할머니가 집마당 한쪽 가마솥에서 푹푹 끓여내던
소여물 냄새 같은 느낌이 난다.
나는 이 시래기를 지난 정월대보름께,
지하철 2호선 내당역 근처 버스정류장 옆에서
보름 나물을 팔고 있던 할머니한테서 샀다.
할머니는 묵은 나물과 무말랭이와 시래기를 팔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처럼 마르고 야윈 몸으로
자그마한 소쿠리 몇을 앞에 두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웠다.
"할머니, 이거 주세요."
"그리고 저것도 주세요."
처음엔 시래기 한 줄만 사려고 했는데
검은 비닐봉지를 겨우겨우 열고 나물을 담는 할머니 모습에
무말랭이도 사고, 남은 나물도 다 샀다.
"아이고, 이걸 다 사주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겠다."
할머니는 덤으로 옆에 있던 나물까지 넣어주셨다.
그 시래기, 두고두고 오늘까지 정말 잘 먹고 있다.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시래기는
보기에도 얼마나 정갈하고 고운지 모른다.
할머니는 아주아주 보드라운 푸른 잎을 졸졸이 줄에 꿰어서
얼마나 바슬바슬하게 말렸는지,
마치 따스하고 느긋한 태양볕에
무청들이 제깜냥 놀며 이리저리 까불며 마른 듯
천진난만한 아이들 웃는 얼굴 보는 듯, 그렇게 곱고 착해보일 수가 없다.
그 여리고 앳된 나물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듯하던 나물이
펄펄 끓는 물에서 저리 푹푹 삶기면서도 쉬이 풀어지지 않고
오히려 삶길수록 야들야들 부들부들해지는 걸 보면
아, 얼마나 심지 굳은 마음인가...
그리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
이 밤, 나는 그리운 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2011. 6. 15.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