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더위가 이어진다. 코로나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쩍 재택근무가 늘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 블루니, 뭐니,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 생활이 오히려 더 익숙하다.
이런 게 보통의 삶이고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찬 것은 기억 속의 것이 됐다.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괴로웠는데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마음이 허전하다.
예전엔 내게 문제가 됐던 것이, 이제는 내게 필요한 것이 됐다. 이런 걸보면 확실히 나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내 인생이 겨울을 지나고 있다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자책하게 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썼다.
그때는 그런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최근을 돌아보면 스스로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됐고 칼럼니스트로서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고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우리 가족과 여행도 다녀왔다.
어떻게 보면, 우리 마음이 라는 게 현재를 인정하고 뱉어버리면 그때부터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물론 그때와 지금 상황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 같은 환경이고 나도 같은 사람이고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저 바뀐 것은 내 마음뿐이다.
얼마 전 책에서, 한 여자가 아이와 남편을 잃은 사연을 읽었다. 그 이후로 5년간 매일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고 죽기를 바랐다고 했다.
남편과 갔던 단골 식당은 상실에 대한 상처처럼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고 단 한번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교수가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고 따라갔던 곳이 바로 그 단골 식당이다.
마당의 은행나무는 오래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자라 있었고 주인도 바뀌었다.
그 교수는 망설임 없이 장어구이와 쏘가리탕을 주문했고, 그 여자는 먹을 수 없을까 걱정했지만, 음식이 나오자 식욕이 생겨났다.
그리고 옛날 남편과 먹었던 것처럼 달게 먹었다고 했다. 그 여자는 시간이 자신을 치유했다고 했다.
그 사연을 읽으며, 나도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해결 못 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