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고향에 가면, 항상 친구들이 저를 반겨주고 기꺼이 저를 위해 시간을 내줍니다.
친구들 대부분은 20년 전에 살던 그 동네에 여전히 살고 있고 저는 그 무리 중 몇 안 되는 타지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더 반갑게 느껴지나 봅니다.
저는 어렸을 적 장난기도 많고 덩치도 커서 친구들을 많이 괴롭혔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과 제일 친합니다)
그래서 고향에서 친구들과 술을 한잔할 때면 어렸을 적 에피소드를 꺼내며 항상 저를 놀립니다.
친구들의 어렸을 적 저에 대한 볼멘소리를 듣다 보면,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또 옛 생각에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친구들과 즐거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잔뜩 취할 때 즈음 한 녀석이 불쑥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네가 강화 오면 행복하다.
그때 저는 머쓱해서 술이나 마시자, 라고 말하고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했습니다.
그 이후로 노래도 같이 부르고 팔굽혀펴기/팔씨름 시합도 하고 얼큰하게 취해서 술자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근데 그 친구의 말이 한동안 제 마음에 남아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냥 내 존재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상에서 정말 많은 대화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나를 알아봐 주는 언어는 거의 실종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준다는 것이 정말 귀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산다는 게 어렵게 느껴지고 그러다 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때가 있는데,
그냥 단순하게 내 존재 자체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떠올리려 합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저 역시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