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투자 관련 심사역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 만 3년이 넘었다. 그 기간 투자 검토는 400건이 넘고 투자까지 이어진 것은 약 200건 정도인 것 같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아마 몇조 원은 되겠지.
회계법인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투자라는 게 약간은 신성한 영역에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사회와 기업, 투자자 모두 동반 성장하는 그럴듯한 가치를 부여했다.
3년이 넘게 셀 수도 없이 많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별의별 일을 겪고 이제는 이 생태계에 익숙해질 때쯤, 투자에 대한 내 가치관은 많이 변한 것 같다.
물론, 이 일에 싫증을 느꼈거나,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미를 느끼고 진짜 의미를 찾으면서 이 일이 무엇인지 더 현실적으로 알게 된다.
투자자로서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마인드는 가성비다. 투자금의 손실 가능성은 작고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올만한 프로젝트에 먼저 투자한다. 무슨 쇼핑을 하는 듯이 말하냐고 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 리스크 대비 리턴을 따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래서 투자자는 투자금의 손실 가능성을 통제한다는 명목 아래, 사업가가 자유롭게 사업을 운영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한다. 사업이 생각대로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투자금을 잃지 않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를 투자 계약에 반영한다.
투자자에게 우선순위 중 사회적 가치나, 동반 성장 같은 신성한 영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한 가치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후에 부가적으로 생기는 가치일 뿐이다.
결국, 투자자는 돈을 잃지 않고 많이 버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 사회적 관계 등이 개입되지 않고 오롯이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해야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