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슬픈 사람도,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분명 좋은 순간이 있었다.
그게 오래되어서 기억에서 희미해졌을 수도 있고 지금은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그때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분명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울한 생각에 빠졌을 때는 하던 것들은 모두 멈춘 후에 눈을 감고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머릿속을 텅 비우고 천천히 호흡한 후에 도화지 같이 하얀 스크린에 추억의 챕터를 재생한다.
나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좋은 바람과 그늘 밑에서 쉬었던 기억을 불러왔다.
비록 온몸에 땀이 났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 전혀 덥지 않고 마음은 평온했다.
서로 지쳐서 아무 말은 없어도 얼굴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바람은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상이었다.
그렇다고 큰 꿈을 갖고 자전거를 탔던 건 아니다. 그냥 친구들은 항상 같이 있었고 놀 수 있는 한정된 놀이 중 하나가 자전거로 시골 구석 구석을 달리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바램도 없었다.
한껏 쉬고 나서 다시 또 열심히 다음 장소를 향해가며 기억의 챕터는 끝이 났다.
그렇지, 나는 좋은 바람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를 현실과 과거의 사이에서 깨닫게 된다.
그렇게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꺼내 놓고 나면, 이미 좋은 일들이 내 주위에 있음을 알게 된다.
더 먼 미래에는 지금 즈음 어느 순간의 기억을 불러오겠지.
사람은 원래 과거의 알량한 행복했던 순간을 지지대로 삼아 살아간다.
당장의 척박한 현실도, 언젠가 돌이켜보면 다시 못올 순간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에게는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