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작가의 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사랑은 여행을 닮았다는 글이 마음에 머물렀다.
20대(젊었을 때)에 충분히 사랑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서는 골조가 약한 기반에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한다.
여행도 사랑과 닮아서, 나이가 들어서는 결코, 이십 대처럼 여행할 수 없다고 한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약간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삶이 안정되면, 가겠다는 핑계로 여행을 미뤄왔다. 하지만30대 중반이 되어도 내가 그렸던 안정된 삶은 오지 않는다.
삶이 안정되면 가겠다는 말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두려움을 정당화하는 핑곗거리일뿐이다.
그런데도, 20대에 혼자 떠났던 몇 번의 여행이 조금 위로가 된다.
나도 모르게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서투르게나마, 나를 알게 되었던 시간.
내가 해온 사랑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여행과 같지 않을까 반추해보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 소중한 순간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많이 가보지 않은 여행이라, 서투르겠지만 소중한 순간을 가슴 한켠에 담고 싶다.
혼자서는 제대로 못 했지만, 둘이서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걸 보니 여행은 정말 사랑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