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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명절의 좋은 기억

명상 음악을 들으면,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은 음악을 듣다가 어느 명절의 기억을 꺼내왔다.


그 날 나는 명절을 일찍 보내고 서울에 올라왔다.


명절임에도 일요일이라 교회에 갔다.


교회에는 나처럼 명절을 일찍 보내고 오거나, 고향에 가지 않았거나 서울이 집인 내 또래들이 여럿 보였다.


예배가 끝날 때쯤 배는 고파 오는데 혼자 밥 먹을 생각에 약간 후회가 됐다.


서울에 만날 사람도 없는데, 그냥 고향에 더 있다가 올 걸 하는 마음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서 나가는데, 예전에 같이 모임을 했던 친구가 보였다.


친구랑 눈이 마주치자, 나는 거침없이 “맥주나 마실래?”라고 물어봤다.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교회에서는 약간 불편한 질문인가 싶어, 아차 싶었다.


친구는 별다른 고민없이 “그래 가자”라고 응해줬다.


어차피 연휴라, 다음 날 별다른 일정이 없으니 늦은 시간까지 마셨다.


집에 돌아와서는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한 번도 계획하지 않은 일을 별다른 고민 없이 함께해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평소처럼 그냥 집으로 돌아왔으면, 이렇게 몇 년 뒤에 생각나지도 않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계획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더 기억에 남는다.


계획한 일을 할때는 결과도 어느정도 예상하기 때문에 그 감흥도 적당하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은 내 인생에서 그냥 플러스 알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순간순간 즐겁게 느껴지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그런 기억이 나를 지탱한다.


다시 또 내게 찾아올 갑작스러운 일은 뭘까 하고 걱정되면서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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