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일상을 여행하듯 보내면, 살만하지 않을까

후쿠오카 여행이 가르쳐준 교훈, 나의 길을 나의 걸음으로 가야한다.

하루하루 일상에서 의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 여행은 삶의 활기를 되찾게 해주곤 한다. 사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똑같이 잠자고 먹고 마시는 데, 멀리 떠나면 유독 순간순간이 즐겁고 소중해진다.


그리고 다시 본래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복잡한 마음이 들고 가슴 한쪽이 답답하게 조여 온다. 마치 여행은 응급실에 누워있는 중환자에게 모르핀을 투여하니, 뛰어다닐 수 있게 하는 진통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일상을 여행하듯 보낼 수 있다면, 살만하겠다.’


여행이 가르쳐주는 교훈,


지난 1달간 회사에서 매 순간 100m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긴장하며 보냈다. 반복되다 보니, 완전히 에너지가 소진되어 일상에서 의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되면, 휴가를 가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일주일 간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1주일 휴가기간 중 3일간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별다른 목적은 없었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들이 있다.



100m 달리기 트랙에서 벗어나기,


이번 여행을 통해 방문한 지역은, 대부분 시골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높은 건물도 없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의 안정감을 찾게 된다. 사실 일상에서의 자신과, 여행 중인 나와는 다른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지나가는 아저씨들 10명 사진 찍어주고, 겨우 한 장 부탁해서 찍은 사진, 우산들고 있는게 없어보여서 멀리 던져버리고 비맞으면서 찍었다>

복잡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연스레 100m 달리기 트랙에 입성하여 쉼 없이 뛰게 된다. 한 번 100m 달리기 트랙에 입성하게 되면, 숨이 차고 고통스러워도 다시 나의 트랙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나의 걸음으로 가려고 해도 주변이 온통 전 속력으로 뛰고 있어, 혼자만 산책하듯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은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서, 뒤쳐지고 무기력해질 시점에 100m 달리기 트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가슴 한쪽에 있던 돌덩어리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을 다시금 통감하게 된다.


<옹기종기 모여서 족욕을 하는 곳, 벳부 유황온천>

자연스러움 되찾기,


여행 첫날 후쿠오카 공항에서, 나가사키현 운젠 지옥까지 2시간을 버스와 배를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다. 평소에는 핸드폰이나 책을 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낯선 곳에 왔으니 왠지 모르게 바깥 풍경을 보며 목적지로 향했다.

<하늘과 산, 마을이 맞대어 있는 풍경,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크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산지가 많아서인지 가는 동안 초록색 풍경이 쭈욱 펼쳐졌다. 평소 내가 일하는 여의도는 고층 빌딩으로 반듯한 선형태의 스카이라인이 있지만, 이곳의 산과 하늘이 맞대어 생기는 곡선 라인은 편안하게 느껴진다.


높은 산 밑 라인을 따라, 일본 특유의 작고 아기자기한 2층 집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산이 마을을 둘러싼 풍경이 마치, 자연과 인간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어 안정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금 여의도에서의 삶이 떠올랐다. 너무 억지스러운 것이 많게 느껴졌다. 안 해도 되지만, 주변 환경과 시선에 휩쓸려서 했던 억지스러운 행동과 생각, 말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냥 본래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것들이 모이면, 그것으로 아름다움이 생긴다. 하지만, 완벽한 것들을 원하다 보니 본래 가지고 있는 좋은 면을 잃어버리고 어색해진다. 완벽함은 오히려 억지스러움에 가깝게 느껴진다.


나 자신을 그대로 두어 보기로 했다. 마음에 어떠한 것도 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만 채워질 수 있도록 말이다.

<운젠지옥, 과거 온천 물로 사람들을 고문했다는 곳, 유황 냄새가 도시에 입성하기 전부터 나기 시작한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여행,


여행 둘째 날 오후 오이타현에 위치한 유후인의 긴린코 호수에서 맥주 한 캔을 땄다. 많은 관광객이 지나가지만 개의치 않고 단숨에 들이켠다. 너무 급하게 마셔서인지, 조금 정신이 몽롱하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에 머리가 지끈 아파오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나의 걸음으로, 내가 가진 모습대로 살면 일상을 여행하듯 보낼 수 있겠다.’


<비가 오는 유후인 민예마을의 거리, 1열로 쭈욱 늘어진 거리에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있다>


<유후인 민예마을의 카페 SINCERO IN UN MOMENTO,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인데 커피도 맛있고 친절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여행은 응급실 환자의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힘을 낼 수 있도록 매일 먹는 흰쌀 밥과 같이 느껴진다.


산다는 것은 원래 고통스러운 일이다. 좀처럼 생각대로 안되고, 내 인생을 마구 흔드는 사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한다. 때론, 다른 사람의 기대와 가치관은 내가 가진 본래의 모습을 잃게 만든다.


그런 마음이 깊어져서 무엇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만 하는 때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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