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시즌 2 랩퍼 이병재와 김하온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들
매주 금요일 저녁 11시면, 고등래퍼를 시청한다. 고등래퍼는 고등학생들의 랩경연을 통해 최고 실력자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등래퍼 시즌 2는 재미있다. 자신을 여행가이자 명상이 취미라고 소개하는 랩퍼 ‘김하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김하온과 이병재가 팀을 이뤄 경연에 참가했다.
사실 그 둘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랩을 구사한다. 김하온은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반면에, 이병재는 인간의 가장 나약한 면을 드러내고 삶의 부조리한 부분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을 랩으로 뱉어낸다는 것이다.
물론, 한 명은 지독히 밝은 면을, 다른 한 명은 지독히 어두운 면을 이야기한다.
둘의 지난 경연은, 마치 가족, 사회, 학교로부터 받은 상처로 번데기가 되어버린 애벌레가, 다시금 성장하여 나비가 되는 이야기로 들렸다.
김하온과 이병재의 이야기,
경연을 준비하면서 김하온과 이병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김하온: 우리 가사 스타일이 조금 다른데, 나는 좋은 것을 좀 보자는 스타일이고,
이병재: 나는 그냥 안 좋은 거, 바닥의 바닥의 바닥, 자존감도 바닥, 다 싫고 다 날 싫어하는 것만 같고 그래야만 하는 것 같고,
근데 그러다가 겪었지, 이렇게 살다 간 죽는다는 것을, 너무 힘들고 많이 비참해
김하온: 나도 그랬어. 내 짧은 다리가 싫었고 못생긴 나 자신이 싫었어. 그러다 보니 의기소침해지고 자존감은 낮아지고..
지금 내가 음악으로 하고 싶고 맞다고 생각하는 건, 증오가 담긴 게 아니라, 내가 너무 나쁜 것만을 보고 있었나 상기시켜줄 수 있는 그런 거야.
삶이라는 걸 받았다는 것 자체가 선물이잖아.
위의 대화로 비추어 봤을 때, 이병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손상을 줄만한 상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처라는 것은 신속하게 치료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급격히 커져버린다.
이병재의 마음에 난 스크래치가 처음에는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삶 전체를 뒤흔들만하게 자라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하온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스스로 자신을 아프게 했고 이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닥으로 내려앉았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스스로 옥죄어왔던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지금은 조금 달라졌음을 고백한다.
나의 이야기,
둘의 대화를 들으며, 지나온 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렸을 때 나는 열등감과 깊은 자기연민에 빠져있는 아이였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부정적인 생각에 나의 감정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부터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내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 역시 아파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내게 그렇게 대했었구나. 그래서 그런 말을 했었구나,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렇게 내가 받았던 상처와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이해하게 됐다.
그러고나서부터, 다른 눈으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로 너무 연약해서 그랬음을 인정하게 됐다.
번데기와 나비, 치유와 성장
그렇게 둘의 대화가 끝나고 이병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바닥으로 내려가면, 하온이가 조금 올려주고 그렇게 해주는 것 같아요.
고등래퍼에 나온 이후 이병재는 줄곧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번 경연에서는 김하온으로부터 자신이 위로받고 있음을 말한다.
이병재의 삶에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는 번데기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어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