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하는 거짓말, 인지부조화
마라톤 경주처럼 숨 가빴던 시기가 끝나고 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환희가 찾아온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인생에 기록될 만한 기쁨 같은 것들이다. 이 감정이 오래도록 갔으면 좋겠지만, 생각처럼 길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그 후에는 얼마 전 느꼈던 기쁨보다 더 깊은 고독함과 외로움이 밀려든다.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 느낌이다. 공허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본다. 명쾌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조금 알 것 같다.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고 사는 것들이 많아진다.
알아차리지 못했던 타인의 감정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갔던 무심함과 이기심,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뱉어버린 말 등 타인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것이 문제다.
심리학에서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자신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처한 상황이나 군중의 시선 등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인지부조화는 주로 심리 상태가 불안하거나, 현재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스스로 무기력해질 때 발생한다. 또한, 인지부조화는 한 순간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내가 지키고 싶은 신념 중 하나는, 나의 마음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마음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근데 지난 몇 주간 현실이 척박하다 보니, 타인의 마음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내 마음에도 똑같은 상처가 남은 것 같다.
다시 한번 배우는 것이 있다. 타인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이구나, 척박한 현실로, 탓을 돌리기에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크구나 같은 깨달음이다.
결국, 이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야 한다. 정말 미안하다고, 그때 내가 무심했고 그 말을 하고 나도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고, 네가 나에게 어떤 비난을 해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같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일 것이다.
만약 마음 한쪽에 무언가 나를 괴롭히는 마음이 있다면,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