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역으로써 생각하는 그나마 편한 프로젝트,
일주일에도 몇 번씩 열리는 투자심의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할 때마다 매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단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 금융시장의 투자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해외를 가리지 않고 생소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사역은 단순히 반복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올바른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 고된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 중, 투자심의위원회(“이하 투심”)는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경영진을 대상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다 보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심사역, 이 프로젝트는 좀 편해요?”
이 질문은 육체적으로 편하냐는 안부를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편한 프로젝트가 어디에 있냐고 말하고 싶지만, 천천히 다시 프로젝트를 살펴본다.
편한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기업은 투자 활동으로, 수익 창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는다. 다만, 대부분 금융회사는 자신의 자본보다, 고객 혹은 타인의 자본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고 투자 원금에 대해 보장받는 것을 투자의 기준으로 여긴다.
상기 사항들을 종합해보면, 수익성과 안정성 중 하나라도 보장되지 않으면 편한 프로젝트는 될 수 없는 셈이다.
수익성의 기본 요소는 참여를 검토하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무위험 이자율보다 높아야 검토가 시작된다. 연평균 수익률이 4~5% 수준은 되어야 한다. 사실 수익성이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 시점에서의 현금흐름으로 이야기하지만,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같은 수익률이라면, 초기에 Cash-In 발생하는 프로젝트가 마음 편하다. 왜냐하면 너무 먼 미래의 시장 환경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고 현재의 현금흐름을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5년 후 연평균 7%치의 이익을 한 번에 분배해주는 프로젝트(A)와 5년간 매년 연평균 5%씩 이익을 분배해주는 프로젝트(B)가 있다면, 대부분 투자자는 B를 선택할 것이다.
한 예로, 건설이나 투자 활동으로 인해 초기 이익분배가 이뤄질 수 없는 프로젝트의 현금흐름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기 이익분배금만큼 Overfunding 하는 경우도 있다. 좀 웃긴게, 이번 달 수익이 없어서 월급을 줄 수 없는 회사 계좌로 월급날에 급여명목으로 다시 돌려달라고 입금하는 꼴이다. 실제로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이지만, 돈을 따박따박 받고 싶은 마음은 기업이나 개인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투자자는 프로젝트의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보장되는 것을 좋아한다.
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실은 무엇일까? 수익이 안나는 것일까? 아니다. 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실은 투자 원금을 잃는 것이다.
당장 해당 프로젝트에서 수익이 창출 안되더라도, 원금만 다시 돌려받을 수 있으면 언제든 투자활동은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사를 진행하며, 투자 원금 보존 여부에 대해 가장 많이 분석하고 시간을 쏟는다. 해당 프로젝트를 담보하는 주식, 부동산, 우선수익권 등이 현재 투자하려는 원금 대비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차주 혹은 기관이 전달한 자료로 판단하기보다 심사역 자신이 바라보는 해당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 해당 산업 및 기업이 보유한 현금 창출 능력 등을 고려하여 재차 가치를 평가하고 판단한다.
대체로, 해당 투자자산 가치 대비 투자원금의 비율이 50~60% 이하면 다소 안정적인 편으로 판단한다. 다만, 해당 담보자산이 시장에서 매각되지 않으면 아무리 가치가 있더라도 Exit 할 수 없으므로, 다각도로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 외에도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해당 프로젝트의 투자자들 간의 의사결정 방법이나, 풋옵션/ 콜옵션에 대한 권리 부여, 지급보증인 선임 등이 있다.
사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심사하다 보면, 편한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 그래서 늘 편하냐는 질문에 이런 점은 편한데, 이런 점은 리스크로 판단됩니다.라고 이야기할 때가 많다.
결국, 투자라는 것은 어느 한 쪽 면은 불편하더라도 안고 가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업에서의 투자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의 모든 투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