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이야기
'당신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가?' 이런 질문은 수없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문장을 그대로 네이버에 치면 엄청난 건수의 블로그, 카페글, 기사들이 검색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책, 영상, 이미지 등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도 넘쳐난다. 최근에 한 교수가 이 주제를 가지고 강연하는 영상을 봤다. '욕심을 버리고 현재 삶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자!'라는 것이 이 강연의 결론이었다.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 중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건 내 개인적의 생각만은 아니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삶의 만족' 부문에서 38개 국가 중 31등을 차지했다. '일과 삶의 균형' 부문은 더 심각했다. 꼴지에서 3등, 36위다. 한마디로 삶의 균형은 무너졌고, 자신의 삶을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삶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라는 건지...'
필자가 느끼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란 최신 전자기기를 구입하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올 초 이사를 하게되면서 많은 것에 변화가 있었다. 전세가 만료되어 신축빌라로 이사오면서 전보다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전에 살던 집은 88올림픽 때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였다.) 새집이라 그런지 페인트 냄새가 채 빠지지도 않았다. 새집에 걸맞게 쇼핑을 했다. 쇼파부터 신발장, 캐비넷, 전신거울에 공기청정기까지. '모두 와이프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뭐 그리 나쁘진 않았다!'
무엇보다 와이프가 사들인 것 중에 가장 나를 만족시킨 것은 다름아닌 침구세트였다. 혼수 때 해온 꽃무늬 이불만 덥다가 세련된 그레이톤의 체크무늬 침구세트로 잠자리를 바꿨더니 잠이 더 잘 오는 것 같다. 침실을 바꾸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내 공간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는 것이 SNS에 사진 한 장 올리는 것 보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란다. 그런데 무엇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차이도 다르다. 돈, 명예, 권력, 사랑 등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많다.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는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즐기며, 권력으로 남을 굴복시키고, 명예와 명성을 떨치는 것 역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생활하는 공간부터 변화를 주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주변을 꾸미거나, 북유럽풍의 가구를 구입한다거나, 벽을 화이트와 옐로우 투톤으로 상큼하게 칠하는 것, 우리는 이 모두를 인테리어라 부른다. '요즘은 인테리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침구세트 하나만 바꿔도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는데, 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집에 살게 된다면 그 삶의 만족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을 짓는다는 것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생활하는 공간부터 조금씩 변화시켜보자. 간단한 소품에서 집 전체에 이르기까지 공간 하나하나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다보면 획일화된 아파트보다 나만의 집이 '더 나은 삶'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내 집을 짓는 일은 인생의 황혼기에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을 때 계획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건축거래소'를 찾는다면 집 짓는 일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