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what you can do
네팔 생활의 클라이막스는 국제 개발협력분야에서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내가 체육관 이야기를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계획이라고 말렸지만, 대성공을 하기 위해 그것을 실천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우고, 도전을 통해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네팔에서 생활 한 지도 3개월이 넘어서고, 그동안의 환경적응이 그런대로 끝났다. 몸이 편해지자 내 에너지와 관심은 여기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좋은 영향을 남기고 갈 수 있을까로 옮겨 갔다. 코이카나 한국 사무실에서 만든 계획서를 실행하는 손과 발이 아니라 머리부터 몸통까지 직접 해보고 싶었다.
현지에서 느낀 생각이나 경험은, 경제적인 독립 없이 외부 지원만으로 사회교육활동을 한다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었다.
특히, 낙후된 지역의 특성상 체육이나 문화를 위한 시설이 전무한 상태였다. 운동을 삶의 낙으로 삼아 왔던 나였기에 그 점이 많이 안타까웠다.
더불어 네팔에서 생활을 시작한 이후 10kg나 살이 빠져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매일 고민하는 것이 '이 살라히라는 시골을 어떻게 발전시킬까?'였다.
이것들이 합쳐져 결론을 내린 것이 '사회적 체육관'이었다. 사회적 기업의 시스템을 도입한 체육관을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고, 수입원을 다시 사회에 재투자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표이다. 많은 영역이 도움을 필요하지만 생각하고 있는 분야는 청소년 장학금 마련이다. 체육관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발생할 취업 기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네팔이 한국이었다면 감히 꿈꾸지 못했을거다. 가진 돈이라고 해봤자 매달 해원협에서주는 생활비가 전부였기에. 그렇지만 그곳은 상대적으로 작은 돈이 큰 힘이 되는 곳이라, 용기를 내 시작할 수 있었다.
돈도 시간도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법이다. 내 청춘의 여행 계획은 잠시 뒤로 미루었다. 세계 일주, 유럽여행 등.. 일 년 꼬박 모은 생활비로 여행을 갈 생각이었는데.. 다른 기회가 있으리라!
체육관 부지에 대한 계약을 했고, 건축기술자와 계약을 했다. 본격적인 시작에 몇 달 간 막혀있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암벽을 오르며, 오지 탐사를 하면서 느꼈던, 그 느낌이다. 살아있는 두근거림이다. 삶의 매 순간이 즐겁다!!
아직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풀리지 않은 체 남겨져 있지만, 다 잘 되리라 믿는다.
오로지 살라히라는 네팔의 작은 마을과 함께한 몇 개월 된 인연만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불안요소가 많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불안보다는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이 철학을 믿는다.
수십 번 새록새록 솟아나는 걱정들을 붉은 벽돌을 보며 쫓아 버린다. 미래를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며, 다 잘 될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다시 돌아와 그들과 운동하고 럭시(네팔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체육관을 꿈꾸고, 더 멋진 살라히 발전 계획을 세울 것이다.
체육관을 지으며 부족한 돈은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로 기부를 받았다. 대학교 동창, 오지탐사대 형들, 친척, 가족들까지 조금씩 도와주셨다.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봉사자 생활비로 시작한 체육관은 결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사랑 다이(형)들의 도움을 받았다. 살라히에서 사업을 하거나 지역 지도자가 많아 투자이외에도 여러분야에서 많은 조언과 실질적 도움을 주셨다. 이른 아침, 내가 잠을 깨기도 전에 다이들은 배드민턴을 치러 체육관을 찾았다.
체육관은 거친 정문과 보라색 새 벽을 얻었다. 거칠고 투박한 정문은 쇠질(웨이트트레이닝)을 사랑하게 될 우리 아저씨 회원들를 위한 상징이 될 것이다. 투박하지만 천장의 선풍기와 9개의 큰 거울이 설치되었다. 기구도 도착해서 세팅이 되었다.
VFC체육관은 로고도 얻었다. 오지탐사를 통해 만난 혜정이가 만들어준 것이다(고마워!)
나의 네팔 이름이 비제인데 그 뜻이 victory(승리)라서 체육관 이름은 Victory fitness center로 정했다.
올림픽 마라톤 승자에게 주어진 올리브 잎으로 이두박근을 표현했다. 운동을 한다는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고, 체육관을 찾고 응원하는 분들이 모두 ‘승리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Vitory Fitness center는 살라히가 속한 디스트릭트(우리나라의 ~도 개념)에서 첫 번째 체육관이 되었으며, 짙은 안갯속 1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걷기 운동을 하던 주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기부자들이 뜻을 모아준 것이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몇 년이 지난 지금, VFC는 많은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네팔에서 잘 운영 중이다.
당신에게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요?
단란한 가정을 갖는 것? 즐거운 삶을 살다 고통 없이 죽는 것? 내 삶의 위대한 흔적을 남기는 것? 어떻게 흔적을 남기는 것이 맞을까요? 자녀들의 결혼을 통한 유전자의 유전? 역사가 기억해줄 만한 업적을 남긴 다면 행복할까요? 길이 남을 예술 작품을 통한?
수십억 명의 사람이 만드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기에 거기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나는 나의 답을 네팔이라는 곳에서 어렴풋이나마 찾았다. 바로 '타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남을 돕는 것, 이타적인 일을 하기 위한 범위는 다양하다. 지구를 위한, 국가를 위한, 지역을 위한, 회사를 위한, 친구를 위한, 가족을 위한
단위가 커지면 그 실천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범위가 커질 수록 그 실천은 쉬워지는 법이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버린 다 든지, 떨어진 휴지를 쓰레기통에 주워버리는 등의 작은 행동들은 지구를 위하는 일이 된다. 투표를 하고, 세금을 잘 내는 것은 국가를 위하는 일이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모여 국가의 운영되고 회사와 지역이 움직인다.
공헌의 작은 실천은 행복의 핵심 열쇠다.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공헌 할 대상을 넓게 볼 필요는 없다.그 대상이 꼭 장애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 등의 대상일 필요는 없다. 범위를 조금 좁혀 가족, 친구, 배우자를 위한 일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은 빠른 시간 안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가족 단체방에 우스운 개그를 보내는 것도, 오랫동안 인사를 안한 친구에게 뜬금없는 안부를 묻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길을 걸으며 바보처럼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도 마주친 사람들을 향한 공헌이 될 것이다.
언젠가 사로지씨가 말했다. "Smiling is the easiest way of making world peaceful"
네팔은 여러방면으로 내게 히말라야의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가르침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