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라인이 파이프라인을 이길 때
많은 조직이 ‘AI 전환’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추상적 문서 위에 추상적 프로세스를 겹겹이 쌓아 올려 실무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마찰입니다.
1. 추상화 중독
비전 → 로드맵 → 거버넌스 → 위원회 → TFT… 문서가 늘수록 실행은 멀어집니다.
증상:KPI는 “혁신”인데, 대시보드엔 “보고서 건수”.
2. 책임의 희석(=No DRI)
모든 회의록에 이해관계자는 많은데, 직접 책임자(DRI)는 없습니다.
증상:“검토 바랍니다”가 떠돌다 사라짐.
3. 관리 연극(Management Theater)
성과보다 위험회피가 승진을 보장합니다. 그래서 “작게 빨리”보다 “크게 안전하게”가 표준이 됩니다.
증상:모델 파라미터 수보다 결재 도장 수가 많음.
AI의 가치는 모델 성능 그 자체보다 가설→실험→피드백 루프의 주기에서 나옵니다.
1. 역추상화(De-abstraction)
슬로건을 관측 가능한 이벤트로 내립니다.
예: “고객경험 혁신” → “D+1 재방문 예약 전환율 +2.5%”
2. 샌드박스 우선(Default-allow)
개인정보·보안 가드레일 내에서, 소규모 실험은 사전승인 면제. 사후보고로 전환.
효과: E2D 50% 단축
3. DRI 지정 & 2페이지 PRD
한 과제당 한 명의 책임자와 2P 문서만. (문제·지표·데이터·베이스라인·릴리즈 기준)
4. 주간 배포 문화(Weekly Ship)
“완벽” 대신 주간 증분 배포를 규칙화. 릴리즈 노트가 성과의 기본 단위가 됩니다.
5. 정책·조달은 결과기반
공공/대기업 조달도 산출물·지표 기반으로 전환: “보고서 납품”이 아니라 “전환율 X% 개선 시 성과급”.
6. 현장 중심 PMF 회의(30분)
임원 보고 2시간을 현장 30분 세션으로 대체: 사용자 로그·콜사례·리플로우를 데이터로 확인.
관료주의는 “실패 비용”을 과장해 시도 비용을 폭등시킵니다.
반대로 좋은 시스템은 작은 실패를 자주 허용해 큰 실패를 방지합니다.
AI와 빅데이터의 목적은 학습 속도를 높여 더 인간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책임 윤리입니다.
결재라인을 줄이면 한국의 AI는 이미 충분히 빠릅니다.
루프를 돌리는 조직이 혁신을 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