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권한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느 날부터였을까요. 한국 스타트업 씬에서 “젊은 사람에게 권한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저는 자동으로 뒤에 문장을 하나 붙이게 됩니다.
“정말 권한이 생긴 걸까 아니면 책임만 더 커진 걸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일 AI 스타트업 밋업데이’ 소식이 저는 꽤 반가웠습니다. 2026년 1월 20일 일본 도쿄의 도쿄이노베이션베이스(TiB)에서 중기벤처부 후원으로 생성AI스타트업협회·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도쿄 사무소·일본 Z Venture Capital(ZVC)이 공동 개최한 자리였죠. ([와우테일][1])
참여 기업도 ‘상징’이 분명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뤼튼테크놀로지스, 사이오닉AI, 스냅태그, 콕스웨이브, 프렌들리AI, 일본에서는 듀이러(Dwilar), 파인디(Findy), 미국에서 시작해 한·일에 진출한 쿼리파이 AI(QueryPie AI)까지 딱 8개사.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것 플래텀(Platum)][2])
현장에는 투자·금융·기관·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함께했구요.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것 플래텀(Platum)][2])
1) “젊은 권한”이 반가운 이유 드디어 ‘실전 경험’이 의사결정 테이블로 올라왔다
스타트업에게 AX(AI 전환)는 생존 기술입니다. 정부와 대기업이 ‘도입’을 고민할 때 스타트업은 이미 실패 비용을 지불하며 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 나온 메시지 “AX 중심에는 스타트업”는 미사여구가 아니라 현실 인식에 가깝습니다. ([와우테일][1])
기사에 따르면 뤼튼은 월간 활성 이용자 700만 명을 넘어섰고 일본에서 AX 확장도 알렸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것 플래텀(Platum)][2])
듀이러는 62개국 도입 사례를 이야기했고 스냅태그는 1월 22일 시행되는 ‘AI 기본법’ 흐름에 맞춰 ‘K-SAFE 공개 API’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것 플래텀(Platum)][2])
이런 디테일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권한이란 ‘발언권’이 아니라 ‘실행권’이기 때문입니다.
실행권이 생기려면 현장에서 검증된 사람들이 규칙과 시장의 문법을 같이 써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스타트업 씬은 반대로 흘렀죠. “현장은 뛰는데 룰은 바깥에서 쓰는” 구조.
그러니 젊은 팀들은 늘 책임의 무게에 눌려왔습니다.
2) 그런데 왜 마음 한구석이 아쉬울까 “후원이 없으면, 장이 열리지 않는다”
“아직도 기성세대인 중기부의 후원 같은 게 없으면 아예 이런 게 열리지도 않는다.”
저도 같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이번 밋업데이가 훌륭하더라도 그것이 ‘특별 이벤트’처럼 느껴진다면 구조를 다시 봐야 합니다.
데이터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한국 벤처 생태계는 “돈이 사라졌다”기보다 돈이 ‘안전한 곳’으로만 몰렸다에 가깝습니다.
예컨대 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투자 건수는 전년 대비 크게 줄었는데 금액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아 ‘쏠림’이 심해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더브이씨][3])
정부도 시장을 부양하려고 움직였습니다. 중기부는 2025년 1분기 벤처투자가 전년동기 대비 증가했고 펀드 결성도 늘었다고 발표했죠. ([중소벤처기업부][4])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럽고(리스크 오프),
- 돈은 더 큰 확신이 있는 곳으로만 움직이고(쏠림),
- 그래서 행사는 “민간의 자발성”만으로 성립하기 어렵고,
- 결국 ‘후원’이 엔진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엔진이 정부만 되면 생태계는 습관적으로 정부를 바라봅니다.
그 순간부터 젊은 팀들의 권한은 다시 줄어듭니다. “예산의 문법”이 “시장과 고객의 문법”을 이기기 시작하거든요.
3) 지금 필요한 건 ‘젊은 부자들의 후원’이 아니라 젊은 권한의 인프라
우리가 필요한 건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권한의 인프라입니다.
왜냐하면 AI 시대의 후원은 더 이상 “선의”만으로 굴러가지 않아요.
AI 스타트업은 컴퓨트 비용, 데이터, 규제 대응, 보안·신뢰 체계까지 자본이 ‘운영체제’가 됩니다. 그러니 이런 구조가 필요합니다.
1. 매칭 펀드의 민간 버전
정부가 1을 넣으면 민간이 1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글로벌 엔젤·패밀리오피스·테크 창업자)이 먼저 ‘테마’를 제안하고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해외 진출 인프라로 매칭하는 방식.
2. 국경을 넘는 ‘실증 커먼즈’
한·일 스타트업이 서로의 시장에서 실증할 수 있도록 TiB 같은 거점에서 공통 API/보안 표준/데이터 사용 가이드를 공동 제작하는 것.
스냅태그의 공개 API 프로젝트 같은 시도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죠.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것 플래텀(Platum)][2])
3. 후원의 KPI를 “행사 수”가 아니라 “전환율”로 판단해보는 겁니다.
몇 번 만났는지가 아니라
- PoC 몇 건이 계약으로 전환됐는지
- 일본/한국에서 고객이 반복 사용했는지
- 규제 리스크를 얼마나 줄였는지
이런 지표로 후원의 성과를 측정해야 합니다.
4) 결국 ‘권한’은 어디서 오나? 선택의 자유에서 온다
저는 스타트업을 볼 때 가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를 떠올립니다.
시민이 시민일 수 있었던 이유는 “책임이 많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토론할 권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이 없는 책임은 노역에 가깝고 선택이 있는 책임은 성장에 가깝습니다.
한·일 밋업데이가 반가운 이유는 적어도 그 자리에선 “젊은 팀이 말하고, 발표하고, 시장을 제안하는” 장면이 펼쳐졌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것 플래텀(Platum)][2])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멈추면 다음 장면은 다시 익숙해질 겁니다.
“다음 행사는 어느 부처가 후원하지?”라는 질문으로요.
저는 이번 변화를 ‘낭만’으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생존 구조의 변화로 보고 싶습니다.
AI는 기술이지만 AX는 결국 조직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 사건입니다. 누가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는가가 곧 경쟁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 정부 후원은 필요하다. 지금은 특히 그렇다.
- 하지만 정부 후원만으로 생태계가 굴러가면 젊은 권한은 영원히 ‘임시직’이 된다.
- 다음 스텝은 “젊은 부자들의 후원”을 넘어 젊은 권한이 계속 재생산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젊은 권한”은 직함인가요, 예산인가요, 아니면 규칙을 쓰는 권리인가요?
[1]: https://wowtale.net/2026/01/20/253562/
"생성AI협회, ‘한일 AI 스타트업 밋업데이’ 개최 - 와우테일"
[2]: https://platum.kr/archives/279957
"한일 AI 스타트업 밋업데이, 도쿄서 개최…양국 8개사 참여 - 플래텀"
[3]: https://thevc.kr/discussions/korea_startup_funding_2025
"2025 한국 스타트업 투자 통계 - THE VC"
[4]: https://www.mss.go.kr/site/smba/ex/bbs/View.do?bcIdx=1059034&cbIdx=86
"2025년 1분기 벤처투자 2.6조원, 펀드결성 3.1조원(상세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