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통제 국가에서 혁신이 멈추는 이유

이동권·프라이버시·연합 거버넌스

by DataSopher



데이터만 있으면 사업이 된다 “데이터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재료가 충분히 쌓이면 요리는 ‘가능’해진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재료다. 레시피(모델)와 주방(클라우드), 셰프(사람)가 있으면 데이터는 제품이 되고 서비스가 되고 산업이 됩니다. 그래서 “데이터만 있으면 어떤 사업이든 가능하다”는 말은 반은 맞습니다.


나머지 반이 더 중요해요. 데이터가 ‘있다’와 ‘쓸 수 있다’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데이터가 사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는 “추측”을 “검증”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의 핵심은 결국 3가지 질문입니다.


1. 고객이 뭘 원하는가

2.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

3. 우리가 그 기대를 반복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가


데이터가 들어오면 이 질문들이 “감(感)”에서 “실험”으로 바뀝니다. 전환율, 이탈률, 재구매율, CAC/LTV 같은 지표는 냉정하지만 공정한 심판이죠. 데이터는 ‘사업을 한다’의 의미를 바꿉니다. 더 빨리 실패하고, 더 싸게 배우고, 더 정확히 고칠 수 있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말이 퍼졌습니다. (실제로 그 표현은 2006년 Clive Humby에게 널리 귀속되고 2017년 이후 더 크게 확산됐다는 정리가 많습니다.) ([유럽 의회][1])


석유가 땅속에 있다고 자동으로 부자가 되지 않듯 데이터도 정제(품질), 운송(표준), 소유권/권리(규칙) 없이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됩니다.



“데이터가 통제된 국가에서는 뭐도 안 된다”가 왜 자주 사실이 될까요?


데이터가 통제된다는건 “정부가 감시한다”는 윤리 문제만이 아닙니다. 사업 관점에서 더 치명적인 건 마찰 비용의 폭발이에요.


- 데이터가 국경을 못 넘거나(데이터 현지화/국외이전 규제)

- 기관·기업 간 공유가 금지되거나

- 데이터 접근이 허가제/사후처벌 위주로 작동하면


혁신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조율 비용에서 멈춥니다. 규제가 나쁜 게 아니라 규제가 예측 가능하지 않고 혹은 협업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통제만 남을 때 생태계가 말라버립니다. 실제로 주요국의 데이터 국외이전/현지화 규제가 다양하게 존재하고(특히 엄격한 국가도 있고), 이게 기업 운영과 교역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들이 꾸준히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통제의 목표가 ‘안전’이라면 방식은 ‘설계’여야 합니다.



그래서 “데이터 유토피아”는 꿈이 아니라 설계 과제가 됩니다.


“모두 데이터를 공유하면 데이터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

저도 이 문장을 좋아합니다. 그대로 실행하면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모두의 공유”는 현실에서 종종 “강한 자가 더 많이 가져감”으로 번역되기 때문이죠.


유토피아를 꿈꾸려면 먼저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 (개인정보/민감정보/공공데이터/산업데이터)

- 누가 이익을 얻는가? (기업만? 국가만? 시민도?)

- 피해가 나면 누가 책임지는가?

- 거버넌스는 누구 손에 있는가?


그래서 핵심 키워드는 “무조건 공유”가 아닌 데이터 커먼즈(공유지) + 거버넌스(관리 규칙) 쪽으로 이동합니다. ‘공공 데이터 커먼즈’를 논하는 연구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요. 처리(알고리즘)만 분산된다고 권력까지 분산되진 않는다는 경고가 자주 등장합니다.



데이터 유토피아를 “현실”로 만드는 3가지 장치를 정리해볼게요.


저는 데이터 유토피아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데이터가 많이 흐르는 사회”가 아니라

“데이터가 안전하게 흐르고 그 이익이 공정하게 돌아오는 사회”


이를 위해 최소 3가지 장치가 필요합니다.


(1) 이동권(포터빌리티): 데이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기술적 권리

GDPR의 ‘데이터 이동권(Article 20)’은 상징적이에요. 개인이 자신이 제공한 데이터를 구조화된 형태로 받고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권리죠. ([gdpr-info.eu][2])

이 권리는 시장 경쟁의 구조를 바꿉니다. 잠금(lock-in)을 약화시키고 신생 서비스가 ‘데이터 부족’ 때문에 죽는 확률을 낮춥니다.


(2) 프라이버시-바이-디자인: 공유의 조건은 ‘사전 설계’

“나중에 문제 생기면 처벌”은 대부분 늦습니다. 개인정보/민감정보는 한번 새면 되돌릴 수 없거든요. 그래서 프라이버시를 제품 설계 단계에서 박아 넣는 접근(Privacy by Design)이 반복해서 강조됩니다.


(3) 연합형(페더레이티드) 거버넌스: 중앙집중의 병목과 분산의 무질서를 동시에 막기

현장 조직이 데이터의 의미를 가장 잘 알지만 표준과 보안은 통일돼야 합니다. 연합형 거버넌스는 “하나의 규칙, 여러 팀의 자율 실행”에 가까워요.

유토피아는 중앙 통제도 완전 자율도 아닌 ‘합의된 규칙 위의 자율’에서 태어납니다.



“데이터가 통제된 사회”의 반대는 “데이터가 방치된 사회”가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를 하나 지적하고 싶어요. 통제의 반대편을 “무제한 공유”라고 착각하는 것.


하지만 현실에서 통제의 반대는 신뢰 가능한 규칙입니다. 오픈 데이터 포털이 의미 있는 이유도 데이터가 흩어진 채 존재하는게 아니라 “찾기 쉬운 형태 + API 친화적 형식”으로 정리될 때 사회적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죠.





제가 제안하는 결론입니다. “유토피아는 운영모델이다”


데이터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해지는 시대, 맞습니다. 그 데이터가 특정 권력에 의해 통제되거나 반대로 아무 규칙 없이 흘러다니면 두 디스토피아 중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데이터 유토피아”를 이렇게 다시 부르고 싶습니다.


데이터 유토피아는 데이터의 풍요가 아니라 데이터의 신뢰 인프라다.


마지막으로 댓글로 이 질문 하나만 남겨볼게요.

“여러분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보상? 익명화? 투명한 사용 내역? 이동권? 삭제권? 아니면 ‘공공선’이라는 믿음?)







[1] https://www.europarl.europa.eu/RegData/etudes/BRIE/2020/646117/EPRS_BRI%282020%29646117_EN.pdf

"Is data the new oil? - European Parliament"



[2]: https://gdpr-info.eu/art-20-gdpr/

"Art. 20 GDPR – Right to data por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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