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NS 비교 피로의 시대

왜 ‘철학’이 다시 필요해졌나

by DataSopher

지금 “화려함이 부족해서” 지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화려함이 너무 많아서 ‘너무 쉽게’ 만들어져서 지칩니다.


예전에는 ‘있어 보이는 것’을 만들려면 시간과 돈과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사진은 후보정을 해야 했고 글은 퇴고를 거쳐야 했고 영상은 편집이 부담이었죠. 그런데 AI는 그 장벽을 낮췄습니다. 이제 ‘그럴듯함’은 기능이 됐고 속도는 기본값이 됐습니다. SNS는 그 기능을 가장 빠르게 유통시키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시장이 생기면 가격표가 붙죠. 여기서 가격표는 ‘비교’입니다.


SNS가 우리에게 파는 건 사실상 “상대평가의 일상화”입니다. 내 삶을 사는 중인데 옆 사람의 하이라이트가 계속 끼어들어옵니다. 문제는 그 하이라이트가 점점 더 ‘현실’처럼 보인다는 점이에요.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문장·영상은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알고리즘은 우리가 오래 머무는 장면을 더 자주 보여줍니다. 피드에서 살아남는 콘텐츠는 대체로 더 선명하고 더 극적이고 더 단정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일상은 상대적으로 흐릿해 보이죠.


이때 사람들이 흔히 착각합니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비교를 멈추지 못한다.” 이건 개인의 약점만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구조가 이미 비교를 ‘기본 감정’으로 만들어놓았거든요. AI는 생산비용을 0에 가깝게 낮추고 SNS는 유통비용을 0에 가깝게 낮춥니다. 공급이 폭발하면 무엇이 남을까요? 더 강한 자극, 더 빠른 판단, 더 단순한 기준. 인간은 그 흐름에 맞춰 감정을 단순화합니다. 좋아요/부러움/좌절/분노 같은 즉시 반응으로요.


역설적으로 지금 “철학”이 다시 필요해졌습니다. 여기서 철학은 어려운 책 이름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멈춰서 질문하는 능력’이요.


철학은 속도를 늦추는 기술입니다. SNS는 “지금 당장 판단하라”고 말하지만 철학은 “판단하기 전에 정의부터 확인하자”고 말합니다.

SNS는 “남들은 이렇게 산다”고 보여주지만 철학은 “나는 무엇을 좋은 삶이라고 부르지?”라고 묻습니다.

AI는 “답을 빠르게 생성”하지만 철학은 “그 답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진짜 문제인가?”를 캐묻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되게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봐요. 앞으로 ‘의미’의 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검색도 변하고 있어요. 맥락과 의도가 중요해지는 흐름이 커지고 플랫폼들도 사용자의 “의도 기반 탐색”에 점점 더 맞춰가고 있습니다. ([Korea Biz Review][1])

네이버 데이터랩 같은 도구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궁금해하며 검색하는지”를 보여주죠.


그렇다면 “철학의 시대”는 어떻게 오느냐. 거창한 선언으로 오지 않습니다. 생활 습관처럼 옵니다.


첫째 비교의 단위를 바꾸기. ‘나의 어제’와 비교하기.

둘째 입력을 줄이고 질문을 늘리기. 스크롤 30분 대신, 질문 3개 “나는 지금 뭘 원하는가 / 왜 원하는가 / 그게 내 삶을 어디로 데려가나.”

셋째 AI를 ‘사유 도구’로 쓰기. 남에게 보여줄 문장보다 내가 나를 설득할 논리를 만들기.


여기서 저는 “데이터로 사유하는 존재”라는 소개를 다시 꺼내고 싶습니다. 데이터는 ‘비교’에도 쓰이지만 ‘해방’에도 쓰입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라고 데이터를 쓰면 삶이 소모되지만 내가 어떤 패턴에서 흔들리는지 관찰하라고 데이터를 쓰면 삶이 회복됩니다. 같은 도구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거죠.


“정말 지친 건 화려함 때문인가요? 화려함을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속도 때문인가요?”


댓글로 답을 듣고 싶습니다.

요즘 여러분을 가장 많이 지치게 하는 ‘비교의 순간’은 언제인지

어떤 질문 하나가 있었다면 덜 흔들렸을지요.



[1]: https://www.koreabizreview.com/detail.php?number=7012&thread=21r05

"2025년 검색 트렌드 대전환: 키워드는 죽고, '맥락'과 '의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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