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경력 대학생 연봉 몇 억”이 더 자주 들릴까
어느 날부터인지 피드에 이런 문장이 너무 자연스럽게 떠다닙니다.
“무경력인데 연봉 몇 억 벌었어요.” “대학생인데 월 몇 천.”
처음엔 ‘요즘 세상 정말 빠르다’고 감탄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묘한 피로가 남습니다. 사실 피로의 정체는 질투가 아니에요. 현실의 바닥 감각이 무너질 때 느끼는 불안에 가깝습니다.
저는 “Data + Philosopher(철학자)”라는 소개를 좋아합니다. 데이터는 냉정한데 사람의 마음은 뜨겁죠. 지금 이 현상은 그 둘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점에서 생깁니다. 오늘은 이 유행을 ‘구조’로 설명해볼게요.
1) “연봉”이 ‘구명조끼’가 된 시대
청년들은 체감합니다. 첫 일자리가 빠르게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정부 발표 기준으로 2025년 5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6.6%, 고용률은 46.2%였고 미취업 청년의 주된 활동은 취업시험 준비(40.5%)와 ‘그냥 시간 보냄’(25.1%)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1])
첫 취업에서 “200~300만원 미만” 임금이 가장 큰 비중(39.7%)이고 첫 일자리 퇴사 사유 1위가 근로여건 불만족(46.4%)이라는 점도 꽤 상징적이죠. ([대한민국 정책브리핑][1])
누군가는 “연봉 몇 억”을 과시해서 사람을 흔들려는 게 아니라 ‘내가 이 불안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생존 신호를 내보내는 겁니다. 문제는 신호의 단위가 ‘돈’으로 고정될 때 생겨요. 돈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지표지만 가장 쉽게 조작되는 지표이기도 하거든요.
2) 실업률이 낮아도 “쉬었음”은 늘어난다
뉴스에선 “실업률 4% 미만이 장기간 지속”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쉬었음 청년’이 늘어 공식 지표가 체감을 못 담는 착시도 지적됩니다. ([한겨레][2])
이 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성공담에 기대게 됩니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진실’보다 ‘그럴듯함’에 더 빨리 반응합니다. 플라톤의 동굴처럼요. 현실의 빛이 너무 멀면 벽에 비친 그림자라도 “저게 답”이라고 믿어야 마음이 잠깐 편해집니다. “무경력인데 몇 억”은 그 그림자 중에서도 가장 번쩍이는 그림자입니다.
3) 알고리즘은 ‘진짜 노력’보다 ‘강한 서사’를 선호한다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체류시간”을 먹고 삽니다. 그래서 확률적으로 더 많은 클릭을 만드는 문장을 밀어올립니다.
“3년 노력해서 3천”보다
“3주 만에 3천”이 훨씬 잘 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데이터 포인트는 이겁니다.
극단값(초고속 성공)은 평균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그런데 피드는 평균을 보여주지 않아요. 평균은 지루해서 전파력이 떨어지니까요. 사람들은 “희귀한 생존자”를 “보편적 경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전형적인 생존자 편향).
4) “몇 억”의 뒤에서 자주 작동하는 비즈니스
이 생태계가 커질수록 성공담은 종종 “콘텐츠”를 넘어 “상품”이 됩니다.
최근 공정위가 온라인 광고성 게시물 확산에 대응해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 안내서’ 개정본을 배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3])
또 2026년 1월에는 영어 인강업체가 장학금 관련 수치·효과 등을 허위/기만 광고로 제재받았다는 보도도 나왔죠. ([경향신문][4])
핵심은 이겁니다.
“연봉 몇 억” 담론이 늘어나는 건
개인의 허세가 늘어서가 아니라,
과장을 유통하는 시스템이 성숙해졌기 때문입니다.
5) 그럼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쌓아야 할까 (희망은 여기서 나온다)
저는 이 현상을 단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질문을 바꾸고 싶어요.
“저 사람이 진짜일까?”보다
“나는 어떤 증거로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연봉’이 아니라 ‘증거’로요.
여기서 말하는 증거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 작은 성과의 누적(프로젝트/포트폴리오/실험 기록)
- 재현 가능한 과정(누가 봐도 따라 할 수 있는 작업 로그)
- 검증 가능한 결과(숫자, 개선 전/후, 사용자의 반응)
이게 쌓이면 “몇 억”이라는 문장을 빌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사람에게 더 큰 기회가 갑니다. 시장은 결국 “일관된 재현성”을 찾으니까요.
“부자의 말”이 아니라 “나의 데이터”를 갖자
“무경력 대학생 연봉 몇 억”이 늘어나는 건 우리가 타락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의 증상입니다. 불안은 자극을 부르고 자극은 알고리즘을 타고 알고리즘은 다시 불안을 키웁니다.
하지만 이 고리를 끊는 방법도 분명해요.
남의 서사에 나를 맡기지 않는 것.
내가 만든 작은 증거들로 나를 설명하는 것.
여기까지 읽고 나서 저는 오히려 궁금합니다.
- 여러분은 피드에서 어떤 “성공 문장”을 볼 때 가장 흔들리나요?
- 그 문장을 이기는 나만의 ‘증거’는 무엇인가요?
댓글로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1]: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56721665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 정책뉴스 | 뉴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242964.html
"실업률 낮은데 청년은 일이 없다…창업이 돌파구 될까"
[3]: https://www.korea.kr/news/customizedNewsView.do?newsId=148956941
"\"단순 선물도 광고인가요?\" 개정된 SNS 광고 및 협찬 표기 ..."
[4]: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042115005
"장학금, 너두? 알고 보니 ‘거짓’···영어 인강업체 ‘야나두’, 허위 광고로 제재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