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왜 무능해지는가

한국 회사가 병목에 지는 순간

by DataSopher


회사에 팀장과 본부장이 있는 건 원래는 계급장 놀이를 하려고가 아닙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일”은 많이 생기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의 갈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고객 요구, 품질, 일정, 비용, 리스크 이 모든 변수를 한 번에 맞추려면 누군가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누군가는 충돌을 조정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그 역할이 바로 ‘중간관리자(팀장/본부장)’입니다.


문제는 한국 회사에서 그 자리가 종종 ‘문제를 푸는 자리’가 아니라 ‘문제를 숨기는 자리’로 변질된다는 데 있습니다.






1) 팀장·본부장의 본래 기능 “현장 정보를 의사결정으로 번역”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정보 비대칭이 생깁니다.

현장은 고객의 불만을 알고 위는 숫자만 봅니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번역을 해야 합니다.


- 고객의 언어 → 제품/운영의 언어로 바꾸고

- 실무의 고통 → 우선순위와 자원 배분으로 바꾸고

- 실패의 원인 → 다음 실험 설계로 바꾸는 것


이게 제대로 되면 팀장/본부장은 ‘병목 제거자’가 됩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해외에서는 꽤 냉정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갤럽은 팀 리더/매니저가 팀 몰입(engagement)의 변동에서 큰 비중(최소 70%)을 설명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상사가 별로면 팀이 무너진다”는 말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Gallup.com][1])






2) 그런데 왜 어떤 팀장/본부장은 “화만 내는 사람”이 되는가


“그냥 화만 내는 계급장놀이”, “쓴소리 받을 준비가 안 됨”, “능력 없이 올라감”

사실 더 무서운 건 시스템이 그 행동을 보상한다는 점이에요.



(1) 고객과 멀어진 관리자 = 현실감각이 끊긴다

고객과 직접 부딪히지 않는 순간 관리자는 “현실” 대신 “보고서”로 세상을 봅니다.


보고서는 대개 좋게 보이도록 만들어지는 문서가 됩니다. 그래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보고만 매끈해집니다. 이때 가장 쉬운 관리 방식은 통제(=화)입니다. 설득보다 빠르거든요.



(2) 책임은 분산되고 권한만 남는다

한국 조직에서 직함이 높아질수록 책임이 ‘내 일’에서 ‘남의 일’로 분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남는 건 “내가 승인했다”입니다.

승인은 실패를 만들지 않지만 혁신도 만들지 않죠.



(3) ‘남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구조

중간관리자들이 얼마나 압박을 받는지에 대한 조사·보도도 계속 나옵니다.


팀원들은 팀장에게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하고 팀장 스스로도 역량 부족과 스트레스를 크게 느낀다는 결과들이 보도됩니다. ([뉴시스][2])

어떤 팀장은 애초에 준비가 안 된 채로 올라가고 또 어떤 팀장은 버티기만 하다가 “살아남는 기술”만 늘어납니다.






3) 쓸모있게 만드는 조건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하나 있습니다.


본부장/팀장이 고객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의사결정에 연결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요.


- 좋은 팀장/본부장 = 고객·현장·숫자 사이의 ‘연결’을 설계하는 사람

- 나쁜 팀장/본부장 = 연결 대신 ‘압력’으로 통치하는 사람


갤럽이 말하는 것도 결국 이쪽입니다. 매니저는 팀을 코치로 살릴 수도 보스로 망칠 수도 있습니다. ([Gallup.com][3])






4) 그럼 한국 회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직함”이 아니라 “루프(피드백)”를 만들 것


변화는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루프로 시작됩니다. 저는 회사가 최소 3가지를 시스템으로 박아야 한다고 봅니다.


1. 고객 접촉 KPI를 ‘리더’에게도 부여하기

- 본부장/팀장도 월 몇 회 고객 인터뷰/CS 리딩/현장 동행 같은 현실 접속을 의무화

- “입맛에 맞춰진 보고서”가 아니라 “원문(고객 언어)”을 보게 만들기


2. 스킵레벨(상위-실무 직통) 채널을 정례화하기

- 쓴소리가 ‘사건’이 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안전한 통로 만들기

- “말한 사람”이 아니라 “고친 사람”이 보상받게 설계


3. 관리자를 ‘승진 보상’이 아니라 ‘직무’로 재설계하기

- 관리자는 “다른 능력의 직업”

- 코칭/커뮤니케이션/우선순위 설계 훈련이 필수 (안 하면 조직 몰입이 깨진다는 데이터가 이미 존재) ([Gallup.com][1])






5) 내가 느끼는 분노를 “다음 회사”로 옮기지 않으려면


계급장만 남은 조직은 오래 못 갑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조직은 “망한다”기보다

유능한 사람이 먼저 떠나고,

남은 사람끼리 “정치”를 더 강화하면서

빠르게 썩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손해 보는 건 지금도 성실하게 고객을 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희망을 이렇게 잡고 싶습니다.


한국 회사의 약점은

“직함이 문제를 가리는 장치가 될 때” 생깁니다.

직함을 없애는 게 아니라 직함이 ‘연결’을 책임지게 만들면 됩니다.





저는 팀장·본부장이라는 자리가 “허접함의 증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그 자리를 쓸모없게 만드는 회사는 구조적으로 약한 회사라고 봅니다.


고객과 단절된 리더가 오래 살아남는 환경이라면 그 회사는 이미 성과보다 보고, 실력보다 생존을 보상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여러분의 회사(혹은 겪었던 회사)에서 팀장/본부장이 ‘연결자’였나요 아니면 ‘압력자’였나요?

사례를 남겨주면 다음 글에서는 “그 구조를 데이터로 어떻게 진단할지(조직 신호 체크리스트)”로 이어가볼게요.







[1]: https://news.gallup.com/businessjournal/182792/managers-account-variance-employee-engagement.aspx

"Managers Account for 70% of Variance in Employee ..."



[2]: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723_0002822645

"팀원 98%는 이렇게 생각한다…\"팀장이 공부 좀 했으면\""



[3]: https://www.gallup.com/workplace/266822/engaged-employees-differently.aspx

"Who's Responsible for Employee Eng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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