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와 결혼하는 시대

2030의 연애·결혼 리셋

by DataSopher


우리가 연애와 결혼을 “안 한다”는 말 뒤에는 사실 더 정확한 문장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과 연애하는 게 아니라 유명세(서사)와 연애한다.”



1) ‘연애’의 상대가 바뀌었다: 사람 → 서사 → 알고리즘


예전엔 연애가 “한 사람의 결”을 알아가는 일이었다면 요즘 연애는 종종 ‘완성된 이야기’에 참여하는 일이 됩니다.

셀럽,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는 콘텐츠화된 삶이에요. 우리는 그 삶을 매일 업데이트로 받습니다. 얼굴보다 서사(캐릭터·성장·상처·성공)를 사랑하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건 “덕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런 관계를 의사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이라 부르는데 미디어 속 인물과 “서로 아는 것 같은 친밀감”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특히 라이브/스트리밍 환경에서 그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Accesson][1])


정리하면

현실의 연애는 불확실하고 비용이 큽니다.

유명세와의 관계는 예측 가능하고, 거절당하지 않으며, 즉시 보상(도파민)을 줍니다.

알고리즘은 그 보상을 “당신 취향”에 맞춰 매일 배송합니다.



2) 결혼이 사라진 게 아니라 ‘조건’이 바뀌었다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결혼은 구조적으로 줄어왔습니다. 2024년 혼인 건수(반등이 있더라도) 자체가 1990년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낮다는 요지가 여러 보도에서 반복됩니다. ([kathmandupost.com][2])

흥미로운 건 “아예 결혼을 싫어한다”만으로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부·기관 조사에서는 결혼/출산에 대한 긍정 인식이 일부 상승했다는 발표도 있습니다. ([betterfuture.go.kr][3])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기보다 현실 조건이 ‘지금은 아니다’로 만든 측면이 큽니다.


여기서 유명세 연애가 강해지는 이유가 연결됩니다.

현실의 연애·결혼이 요구하는 비용(주거, 커리어, 돌봄, 역할 갈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관계”를 포기하기보다 관계의 형태를 바꿉니다.

고비용의 현실 관계 → 저비용의 디지털 친밀감으로요.



3) 유명세와 연애하는 건 ‘문제’일까, ‘신호’일까


저는 이 현상을 무조건 비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정직한 신호입니다.


더 이상 “참는 관계”를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불평등한 역할과 감정노동을 감내하면서까지 결혼을 ‘의무’로 삼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로움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래서 외로움을 콘텐츠로 진통제처럼 달래는 방식이 유행한다.


그러니 문제는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커졌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4) 그런데도 희망은 있다: ‘유명세 연애’의 반대편에서 자라는 것들


재밌는 건 같은 시대에 정반대의 움직임도 같이 자랍니다.


빠른 연애 대신 느린 친밀감(slow intimacy)을 찾는 사람들

스펙 대신 생활의 합을 맞추는 파트너십

연인 관계만이 아니라 우정·커뮤니티 기반의 동반자 관계

“결혼=출산” 공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결합


실제로 한국에서도 결혼·출산 정책이 “현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논의가 커지고 각종 실험(매칭, 지원)들이 등장했지만 성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4])

핵심은 관계의 안전(시간·돌봄·존중·회복 가능성)입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안전한 관계’다


사람들이 유명세와 연애하는 이유는 셀럽이 그 관계가 더 안전하게 느껴져서일 수 있습니다.

거절당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내 일상을 망치지 않는 관계.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이거죠.


“현실의 관계를, 디지털만큼 안전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제가 생각하는 답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관계를 ‘환경’으로 다루는 것.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관계가 숨 쉴 수 있는 조건(시간, 경계, 돌봄의 분배, 회복의 규칙)을 설계하는 것.


유명세와의 연애는 인간이 더 이상 불합리한 관계에 머물지 않기로 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 선택이 결국 우리를 더 인간적인 관계로 되돌릴 수도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요.





#비혼 #결혼 #연애 #결혼관 #2030세대 #인플루언서 #팬덤 #의사상호작용 #알고리즘 #SNS문화 #관계의비용 #저출생 #사회트렌드


[1]: https://www.accesson.kr/kscap/assets/pdf/40223/journal-25-1-87.pdf

"의사상호작용과 팬덤의 순차적 매개효과를"



[2]: https://kathmandupost.com/world/2025/09/07/south-korea-sees-marriages-fall-by-half-births-down-two-thirds-more-foreign-spouses

"South Korea sees marriages fall by half, births down two- ..."



[3]: https://www.betterfuture.go.kr/front/notificationSpace/pressReleaseDetail.do?articleId=476&listLen=10&position=S&searchKeyword=&utm_source=chatgpt.com "결혼·출산 긍정 인식 상승세, 지금이 저출생 반전 위한 '정책 ..."



[4]: https://www.wsj.com/lifestyle/relationships/singles-dating-marriage-fertility-birthrate-south-korea-bdb40c7b

"Even a $14,000 Government Handout Can't Get South Korea's Singles to M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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