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가 답인 나라에서, 기술은 어떻게 의미가 되는가

by DataSopher

의대 쏠림 vs 기술 몰입

한국에서 ‘기술에 미친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


어쩌면 한국은 두 개의 엘리베이터가 있는 사회입니다.

하나는 “의대”라는 버튼만 누르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안정과 지위를 올려주는 엘리베이터.

다른 하나는 “기술”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속도는 빠르지만 층수가 계속 바뀌는 엘리베이터입니다.


질문은 이거죠.

“의대와 기술에 미친 한국에서 기술에 미친 사람으로 살아야만 하는가?”

저는 이 질문이 진로 고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보상 구조(인센티브)와 개인의 존재 방식을 동시에 묻는 질문이라고 봅니다.





1) 왜 ‘의대’는 이렇게 강해졌나: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시스템의 신호다


의대 쏠림을 개인의 욕망으로만 보면 우리는 문제를 놓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돈”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피합니다. “의대”는 수요가 안정적이고(고령화) 제도적 진입장벽이 높고 사회적 신뢰가 두텁습니다. 즉 리스크-보상 비율이 좋아 보이는 선택지죠.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의 의사 수(인구 1000명당)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문제의식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왔고, 지역·필수의료의 공백이 사회문제로 부각됐습니다. ([Reuters][1])

OECD 자료에서도 한국은 의대 졸업자(인구 10만 명당) 지표에서 낮은 그룹으로 언급됩니다. ([OECD][2])


그런데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의료로 가지 않으면 문제는 남습니다. 그래서 정책 갈등이 커졌고(파업·대치) 사회의 신경이 날카로워졌습니다. ([Reuters][3])


결국 의대 쏠림은 “개인의 선택”이기 전에 한국 사회가 개인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여기 타면 덜 흔들린다.”





2) 그럼 기술은 왜 불리해 보이나: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설계’가 문제다


기술은 늘 미래형 언어로 포장되지만 정작 많은 사람의 체감은 반대입니다.


- 성과는 팀/조직/운에 의해 흔들리고

- 보상은 기업·시장 사이클에 영향을 받으며

- 커리어는 빠르게 노후화됩니다


그래서 “기술에 미치려면”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게 있습니다.

업데이트를 견디는 체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기술인이 약해서가 아니라 한국은 아직 기술인의 보상·명예·성장 경로를 제도적으로 매끄럽게 설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해외 유출이나 선호도 편차 문제가 “개인의 변심”이 아니라 “구조의 누수”로 분석됩니다. ([KDI 경제정보센터][4])

그리고 이 누수는 AI 같은 신기술 인재난으로 연결된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세무사신문][5])


흥미로운 변화도 있습니다. 2026학년도 수시에서 과기원 지원자 증가 등 “상위권의 이공계 선호가 뚜렷해졌다”는 데이터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한국경제][6])

흐름은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의대만의 시대가 영원히 고정값은 아니라는 뜻이죠.





3) “기술에 미친 사람”으로 산다는 건 세계관이다


여기서 저는 질문을 살짝 비틀어보고 싶습니다.


“기술에 미친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요?”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무엇에 미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기술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증폭기입니다.

사람의 성장을 증폭하기도 하고 불평등을 증폭하기도 하고 무책임을 증폭하기도 합니다.


- 의대는 사람을 “치료”하는 길이고

- 기술은 사람의 삶을 “재설계”하는 길입니다


둘 다 인간을 다룹니다. 방식이 다를 뿐.





4) 한국에서 기술에 미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현실적’ 정의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기술에 미친다는 건 유행에 중독되는 게 아니라

“문제-원인-결과-검증”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이 태도는 한국에서 꽤 희소합니다.

희소한 태도는 초반에 외롭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해집니다. 왜냐하면 AI 시대는 “코딩을 잘하는 사람”보다 문제를 구조화하는 사람을 더 비싸게 부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의대냐 기술이냐를 “누가 더 이기나”로 보면 삶이 남의 게임이 됩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로 봅니다. 한국은 지금 ‘의료’와 ‘기술’이 동시에 필요한 나라입니다. 지역의료 문제도, 생산성 정체도, 고령화도,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술에 미친 사람”으로 산다는 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내 시간을 거는 선택입니다.

그 선택은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의미는 큽니다.




여러분은 요즘 “의대 vs 기술” 구도를 볼 때,

‘돈’보다 더 크게 작동하는 요인이 뭐라고 느끼세요?

(안정감? 인정욕구? 가족 기대? 혹은 그냥 두려움?)




#의대쏠림 #의대정원 #의사부족 #필수의료 #이공계기피 #공대 #개발자 #AI #반도체 #진로고민 #커리어전략 #한국사회


[1]: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maller-towns-south-korea-bear-brunt-doctors-shortage-2024-04-26/

"Smaller towns in South Korea bear brunt of doctors' shortage"


[2]: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2025/11/health-at-a-glance-2025_a894f72e/full-report/medical-graduates_fd19837f.html

"Medical graduates: Health at a Glance 2025"


[3]: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outh-koreas-yoon-urges-doctors-end-impasse-over-trainees-2024-04-01/

"South Korea's Yoon urges doctors to end impasse over trainees"


[4]: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99770

"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


[5]: https://webzine.kacta.or.kr/news/articleView.html?idxno=24134

"\"5년간 58만명 부족\"…'의대 쏠림'에 AI 등 신기술 인재난 심화"


[6]: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02624887

"의대 쏠림 꺾이나…이공계로 몰려가는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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