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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SF에 감동받는가

– 공감, 기술, 그리고 이야기의 힘

by DataSopher


“소설은 빈 곳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함께 채우는 작업이다.”


어떤 이야기는 마음을 들쑤시고, 어떤 이야기는 머리를 데운다.


어떤 이야기는 우리의 시간을 훔친다.


그중에서도 가장 낯설고 가장 뜨겁게 논쟁을 부르는 장르 바로 SF다. 왜 우리는 SF를 읽을 때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고 더 잦은 의심을 던지는 걸까?




SF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합리화하는 장르


SF는 상상력의 무한성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상상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내는 장르다. 공중부양 자동차, 인간보다 똑똑한 AI, 시간여행과 다중우주까지. 이 모든 상상이 독자에게 닿으려면 단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게 진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감각.


그러기 위해선 작가도 과학과 사회를 공부해야 한다.

독자도 지식과 직관 사이의 간극을 허락해야 한다. 그렇게 SF는 양쪽의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쓰는 자는 ‘근거 없는 가능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고 읽는 자는 그 설계도를 ‘감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기술도 소설처럼 '초기에는 공감받지 못한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전화기에 인터넷이 왜 필요해?”

“이런 게 팔릴 리가 없지.”


그런데 지금?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이것이 기술의 공감력이다. 기술도 처음에는 ‘이야기’처럼 소비되고, 사용자의 경험을 통해 ‘일상’이 된다. SF가 현실이 되는 과정, 바로 그것이다.




이야기가 기술보다 앞서가는 이유


흥미로운 건 SF 소설이 ‘기술보다 먼저’ 인간의 삶을 상상한다는 점이다.


《블레이드 러너》, 《HER》, 《인터스텔라》 같은 작품들이 그랬다. 이들은 기술이 도달하기 전에 먼저 사람의 감정, 관계, 윤리를 묻는다.


즉 SF는 '미래의 UX 리서치'이자 '감정의 프로토타입'이다.

이야기로 만든 가상현실에서 우리는 먼저 살아보고, 먼저 상처받고, 먼저 경고를 받는다.




소설은 기술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말한다


기술은 기능을 설명하지만 소설은 이유를 설명한다.

왜 우리는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걱정하는가?

왜 우리는 기계를 만들면서 동시에 두려워하는가?


소설은 이 질문에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이 질문을 계속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을 전해준다.

그래서 때론 SF가 때론 일상 드라마가 더 와닿는 이유다.



“소설은 빈.png



독자가 다시 쓰는 이야기, 기술이 다시 만드는 일상


소설은 쓸 때마다 다르고 읽을 때마다 다르다.


기술도 처음 나왔을 땐 ‘쓸모없는 발명’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인프라’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게 진짜 가능해?”가 아니라

“이게 진짜 필요해?”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읽고, 다시 상상하고,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

소설도, 기술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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