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SNS에서 공항에 등장한 한 연예인의 영상이 이슈가 됐다. 그는 팬들에게 손짓 한 번 없이, 마치 자동문을 지나듯 무표정하게 사라졌다. 몇몇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 같다”고 평했고, 또 어떤 이는 “저 정도 되면 인간으로 살 수는 없지”라며 그를 옹호했다. 그리고 어떤 댓글은 날카롭게 묻는다.
“우리가 만든 괴물 아닌가요?”
이 장면은 단순한 ‘연예인 태도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돈과 이미지에 중독되어 가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연예인도 인간이다라는 당연한 말조차 소비자 앞에서는 무기력해지는 시대.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 대신 '환상'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 연예인은 왜 공항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가?
공항은 원래 떠남과 도착의 장소다. 하지만 지금은 연예인이라는 상품이 ‘라이브 포장’되는 순간으로 소비된다. 셔터 소리, 환호, 플래시, 마치 패션쇼 런웨이 같다. 심지어 일부 소속사들은 공항 사진조차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
이런 조건에서 연예인은 자신을 보호하려면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 표현은 리스크고, 미소는 팬서비스이기 전에 퍼포먼스다. 너무 친절하면 뉴스가 되고, 무표정이면 비난받는다. 인간적이길 포기한 게 아니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인간의 외피를 입은 브랜드,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는 언제부터 연예인을 ‘소비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되었을까?
그들이 무례하다고 분노하면서도, 우리는 조회수를 위해, 팔로우를 위해, 더 자극적인 영상을 찍는다. 그들을 보고 욕하면서, 정작 가장 많이 보는 것도 우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기대에 맞춰 인플루언서를 만들고, ‘인간적 서사’마저도 계산된 서비스로 탈바꿈시킨다. 미담이 기사화되고, 슬픔조차 콘텐츠가 된다. 결국 ‘사람’은 보이지 않고, ‘캐릭터’만 남는다.
연예인은 단지 그 시스템의 최전선에 있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인간 대신 브랜드를 사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대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런 연예인은 인간처럼 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일견 타당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어떤 기준으로 '인간 대접'을 할지를 결정하겠다는 폭력적 발상이 숨어 있다. 타인이 인간다움을 포기했으니 나도 포기하겠다는 식의 상호 파괴는 결국 우리 모두를 소비되는 존재로 만든다.
우리는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비판하면서, 스스로는 점점 더 비인간적인 태도로 그들을 대한다. 이 악순환을 멈추는 첫걸음은, 누군가를 ‘상품’으로 대하는 시선을 먼저 멈추는 것이다.
■ 스타트업 시대의 교훈: 브랜드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라
이 주제는 연예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창업자, CEO, 프리랜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까지 — 우리 모두는 어느새 ‘나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인간적인 모습은 약점이 된다'
'침묵은 안전이다'
'감정보다는 퍼포먼스가 낫다'
이런 말들이 일상화된 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신뢰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팀, 브랜드, 관계는 사람다움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인간적인가?” 이전에,
“당신은 인간적으로 대하려 하는가?”
■ 사유의 씨앗
연예인을 ‘사람’으로 대하는 일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그건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선언이다.
공항에서, 댓글에서, 브런치 글에서라도 우리는 ‘소비자’가 아닌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우리가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는 어쩌면 온라인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 그 자체일지 모른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공항에서 연예인의 무표정, 이해되시나요?
우리도 누군가에게 ‘브랜드’처럼 소비되고 있지는 않나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함께 나눠주세요.
이 글이,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첫 대화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