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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는 조직”이 왜 은근 잘 굴러갈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by DataSopher


과거 회사에서 이상한 장면을 자주 봤습니다.

회의는 길고 말은 많지만 막상 결정은 한 사람의 고개 끄덕임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자유의지 없이 움직이는 조직”이 겉보기엔 더 효율적으로 보일 때가 있죠.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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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에서 정하면 속도는 난다. 하지만 학습은 멈춘다.


대표나 부장, 입김이 쌘 사람이 정하면 방향은 한 번에 묶입니다.

혼선이 줄고 보고 라인은 단순해지고 일정은 지켜집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현장은 생각을 접습니다. “어차피 정해졌다”는 체념이 쌓이면 질문이 사라지고 질문이 사라진 자리엔 동작만 남습니다.

속도는 났는데 조직의 뇌는 작아집니다. 오늘은 굴러가도 내일은 굴러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개인의 욕망·고민·생각”이 영향 못 미치는 구조


“말해도 안 바뀐다”를 몇 번 겪으면 사람은 입을 닫습니다.

그 순간 조직은 현장 정보를 잃습니다. 고객 목소리, 작은 결함, 개선 아이디어—all gone.


윗사람도 결국 불량 데이터로 결정을 내립니다. 의사결정은 존중되지 않고, 책임은 아래로 흐르고, 모두가 몸을 사립니다.

겉으로는 조용한데 속으로는 회사가 늙어가는 순간입니다.



3) 한국에서 더 심해지는 이유


우리는 관계의 언어에 익숙합니다.

“누가 했냐”가 “무엇이 좋냐”를 이길 때가 많습니다.

이 문화 속에서는 논리보다 위계, 실험보다 안전이 선택됩니다. 그리고 묻죠.


“정말 내 판단으로 무언가 이뤄진 적, 얼마나 있나?”

대부분은 “윗선, 또 다른 갑”이 정합니다. 그러면 현장은 배우지 못하고 리더는 고립됩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결정’은 위에서, ‘이유’는 아래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도, 완전한 독재도 회사에는 맞지 않습니다.

잘 굴러가는 팀의 공통점은 단순합니다.


1. 방향은 리더가 선명하게 정한다. (목표·우선순위·금지선)

2. 이유는 현장에서 수집한다. (문제·가설·피드백)

3. 수정은 빠르게, 공개적으로 한다. (바꾸면 왜 바꿨는지 공유)


속도와 학습을 동시에 잡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조직 자가진단해보기! 우리 회사는 어디쯤?


- 명령형: 위에서 정하고, 아래는 수행만 한다 → 속도 ↑, 학습 ↓, 리스크 감지력 ↓

- 협의형: 위에서 정하지만 이유와 대안을 함께 논의 → 속도 ↔, 학습 ↑

- 실험형: 목표만 정하고 방법은 자율 → 학습 ↑↑, 초기속도 흔들림


여러분의 팀은 어디에 가깝나요?





실전 체크리스트! “내 자리에서” 바로 바꾸는 7가지


위계는 하루아침에 안 바뀝니다.

작은 규칙은 오늘도 가능합니다.


1. 결정문 3줄 요약: “무엇/왜/하지 않을 것”을 회의 끝에 반드시 텍스트로 남기기.

2. 대안 2개 룰: 문제 제기할 때 대안 최소 2개와 예상 영향(좋은 점/나쁜 점) 같이 올리기.

3. 실험 티켓: 2주짜리 작은 실험(시간·범위·측정지표)을 발행하고 결과를 전사 채널에 공개.

4. 질문 우선 3문: 보고서 첫 페이지는 ‘사실’이 아니라 질문 3개로 시작.

5. 현장 메모 5줄: 고객/사용자 발언을 매주 5줄로 요약해 팀에 공유. 해석은 붙이지 말 것.

6. 회고 15분: 주간회의 끝에 “이번 주 가장 의미 있었던 실패 1개” 공유. 사람은 묻지 말고 과정만 말하기.

7. 금지선 선언: 팀이 “절대 하지 않을 것 3가지”를 합의하고 벽에 붙이기. (예: 밤 9시 이후 긴급 아니라면 채팅 금지)


위 7가지는 허락이 필요 없습니다. 오늘 당신이 시작하면 됩니다.





리더를 위한 한 문장 가이드


- “내가 정할게”보다 “내가 책임질게, 너희가 이유를 가져와”

- “조용하면 좋은 조직”이 아니라 “질문이 활발한 조직”을 칭찬하십시오.

- 보고서는 길게 말고 ‘결정에 필요한 최소 사실’만 보세요. 나머진 팀이 말하게 하세요.





왜 이것이 중요한가


조직은 기계가 아니라 호흡하는 생물입니다.

생물의 건강은 순환에 달려 있습니다.

한 사람의 판단만 도는 조직은 결국 혈액순환이 막힌 몸과 같습니다.


돌아가긴 하지만 오래 뛰지 못합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거창한 제도보다 작은 순환의 규칙입니다.

결정은 위에서, 이유와 학습은 아래에서—이 균형을 붙잡는 순간 조직은 젊어집니다.




- 여러분의 회사에서 “내 판단으로 바뀐 것”은 무엇이었나요?

- 위 7가지 중 이번 주 바로 해볼 1가지를 골라 댓글로 남겨주세요.




한 줄 결론


생각 없는 조직은 당장은 빠르다.

그러나 생각이 흐르는 조직만이 끝까지 간다.



#조직문화 #의사결정 #현장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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