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만 벌려는 회사”가 되는 구조의 진짜 이유
한국은 왜 엔비디아·팔란티어가 안 나올까?
— “돈만 벌려는 회사”가 되는 구조의 진짜 이유
우리에겐 똑똑한 사람도, 기술도, 돈도 있다.
그런데 왜 세계를 뒤흔드는 ‘문제 해결형’ 회사 대신 ‘돈 벌기 좋은’ 회사가 반복해서 나올까?
정답은 “의지 부족”이 아니다. 구조 때문이다.
제가 겪고 관찰한 한국식 성장의 함정과 여기서 빠져나오는 아주 구체적인 길에 대해 생각해볼게요.
1) 빠른 돈 vs. 깊은 문제
한국 스타트업의 첫 문장은 종종 “언제 수익 나요?”다.
빠른 돈을 묻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깊은 문제를 끝까지 파는 태도가 사라진다.
- 엔비디아는 “미친 듯이 어려운 계산을 빠르게 하자”에 꽂혔고,
- 팔란티어는 “복잡한 데이터를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게 하자”에 매달렸다.
둘 다 고객의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붙잡고 기술을 바짝 당겨서 풀었다.
한국은 종종 그 반대다.
쉬운 고객 + 빠른 매출을 찾는다.
그러면 남는 건 “돈 잘 버는 서비스 회사”다.
세계를 흔들 플랫폼이 아니라.
2) ‘을’의 문화가 만드는 경영
“윗선이 OK 해야 움직인다.”
한국에서 제품 방향은 종종 최종 구매 권한자의 취향과 보고 문서에 맞춰진다.
사용자 문제보다 결재선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 혁신은 문서의 문학이 된다.
엔비디아·팔란티어는 반대로 현장 사용성과 개발자/분석가의 손안을 판다.
의사결정이 현장 가까운 팀에서 난다.
3) 실패에 인색한 자본
딥테크는 긴 시간, 큰 실패, 느린 매출을 전제로 한다.
한국의 돈은 대체로 그 반대다.
“실패 한 번 = 낙인” 구조에선 엔비디아 초창기의 수많은 삽질, 팔란티어의 길고 비싼 시도들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국 광고·유통·외주형 모델이 안전판이 된다.
4) 인재 보상과 ‘진짜 오너십’
세계적 회사는 스톡옵션이 삶을 바꾸는 보상이다.
한국은 종종 “형식적 옵션” + “연봉 미세 조정”으로 끝난다.
그러면 사람은 용병이 되고, 제품은 프로젝트가 된다.
오너십이 없으니, 깊은 기술 빌드업도 없다.
5) 정부·대기업 의존의 그림자
초기 매출을 정부 과제나 대기업 PoC에서 낼 수 있다.
문제는 거기에 고착되는 순간이다.
과제 용어, 실적 지표, 담당자 이동에 따라 제품 방향이 흔들린다.
고객은 늘 있지만 진짜 고객(반복 구매·현장 확산)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가?
가능하다.
단, 작게 시작해도 방향만큼은 세계 표준으로 잡아야 한다.
A. 문제 선택부터 바꾸자
- “올해 돈”이 아니라 5~10년 뒤 반드시 커질 문제를 고르자.
- 기준은 단순하게: ① 사람·조직이 지금도 고통을 겪는가 ② 해결되면 생산성이 폭발하는가 ③ 데이터가 쌓일수록 유리한가.
- 이 세 가지에 ‘예’라면 이미 엔비디아·팔란티어형 문제다.
B. 구조적으로 “현장 중심”으로 설계
- 영업은 결재라인이 아니라 사용 라인을 뚫는다. 현장 팀이 스스로 못 떠나는 제품을 만든다.
- PoC라도 “파일럿 → 실제 운영 전환” 체크리스트를 계약에 박는다. (사용자 수, 실제 업무 시간 대체 비율, 교육 없이 재사용률 등 살아있는 지표)
C. 리더십의 한 문장 원칙
- “보고용 성과 금지, 반복사용 성과만 인정.”
- 슬라이드 30장 대신 실사용 대시보드 1장을 보자. 그게 매출보다 강력한 방패다.
D. 보상 철학을 뒤집자
- 핵심 빌더에게 진짜 스톡옵션을 준다.
- 연봉 5% 올리는 대신 옵션 희석을 감수하자. 제품과 회사를 함께 키우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그림이 있어야 한다.
E. “빠른 돈”을 얻되, “깊은 빌드업”을 보호
- 단기 캐시카우를 인정하되 회사 안에 방해받지 않는 코어 빌드 트랙을 만든다. (예: “코어 주 3일은 고객 커스텀 금지, 플랫폼만 개발”)
- 커스텀은 재사용 가능한 모듈로만 허용.
팀 회의에 바로 붙이는 체크리스트
1. 우리가 푸는 문제는 5년 뒤에도 여전히 고통스러운가?
2. 사용자가 매일 자발적으로 열어야만 일이 편해지는가? (그렇지 않다면 보고용이다)
3. PoC 계약서에 운영 전환 지표가 있는가?
4. 이번 분기 기능의 70% 이상이 재사용 가능한가?
5. 핵심 인재의 옵션은 “실제 부”가 될만한 규모인가?
6. 경영회의에서 ‘슬라이드’ 대신 ‘실사용 화면’을 보고 있는가?
7. 고객의 데이터가 쌓일수록 우리 제품의 성능이 커지는가?
8. 단기 매출 라인과 코어 빌드 라인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가?
9. 우리 제품 없이 고객이 일하면 오늘 당장 무엇이 느려지는가?
10. 실패 로그를 회사 자산으로 축적·공유하고 있는가? (책임 추궁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배움으로)
한국형 엔비디아·팔란티어, 이렇게 시작하자
- 현장 3곳을 선정해 “같이 앉아서 푼다” 스프린트를 돌리자. 문서가 아니라 옆자리에서 고통을 함께 본 기록을 남겨라.
- 단일 핵심 지표를 정하자: “우리 없이 처리한 시간 대비, 우리와 함께 처리한 시간.” 숫자가 줄면 제대로 가는 거다.
- 제품에서 바로 돈을 받자. 커스텀 과금이 아니라 사용 과금(좌석·API·처리량)을 기본으로.
- 옵션 설명회를 열어라. “이 회사가 성공하면 여러분이 얻게 될 구체적 금액과 시나리오”를 투명하게 말하라.
- 정부·대기업과도 하되 파일럿 6개월 내 운영 지표 달성→전환 미달 시 종료를 계약에 넣어라. 과제의 노예가 되지 말자.
“돈만 벌려는 회사”를 넘어
돈을 벌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돈이 먼저 보이게 하는 구조를 벗어나자는 말이다.
엔비디아·팔란티어의 공통점은 단 하나 진짜 문제를 끝까지 파는 집요함이다.
한국에서 그게 불가능하다고? 아니다.
우리가 용어와 보고서 대신 현장과 사용성을 선택하는 날이 시작일 뿐이다.
- 요즘 당신 팀이 “보고용 기능” 대신 “반복사용 기능”으로 바꿨던 결정이 있나요?
- PoC에서 운영 전환까지 실제로 먹힌 당신만의 한 수 무엇이었나요?
#한국스타트업 #제품문화 #딥테크 #스톡옵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오늘 여러분의 회의 안건 하나를 바꿔놓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