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76)]
오늘은 혜영이의 생일이다.
식탁에는 평소에는 못보던 음식들이 간소하나마 제법 그득하게 차려 있었다.
이번 생일은 코로나로 인해 마음대로 어디 ① 짬식당을 찾아가서 그럴듯하게 차려주기도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서 집에서 조촐하게 차려주게 된 것이다.
차려준 것은 별로 없지만 아내는 어제부터 혜영이 생일잔치 성의껏 차려주느라 분주했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자 혜영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싱글벙글 얼굴 가득 번진 웃음꽃이 지워질 줄을 몰랐다.
”엄마! 어느 틈에 이렇게나 많이 차렸어?“
그러자 성길 씨가 얼른 대꾸하였다.
”그러게나 말이다. 히야아! 오늘은 우리 혜영이가 좋아하는 큼찍한 ②똘투도 준비했네. 엄마한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엄마 고마워.“
”응, 그래. 그러니까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많이 먹기나 해.“
”응 알았어.“
으레 그랬듯 어느새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혜영이가 입김으로 후 불어서 촛불도 껐다. 다 같이 손뼉을 치고 나서 케이크를 자르자 케익부터 먹기 시작했다.
혜영이는 오랜만에 먹어본 케이크여서 그런지 입술에 허옇게 케익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성길 씨가 다시 끼어들었다.
”혜영아, 아무리 맛이 있어도 천천히 먹어. 그러다가 자칫 ③오토바이를 탈 수 있단 말이야.”
“응, 알았어. 나만 먹으라고 하지 말고 엄마 아빠도 같이 먹어 봐.”
“그래 어디 그럼 아빠도 맛 좀 볼까?”
성길 씨가 케이크를 한 조각 입에 넣고 우물우물 맛을 보더니 낯을 잔뜩 찌푸리며 한마디 하였다.
“히야, 이거 너무 ④ 들커레무르해서 내 입에는 맞지 않는걸. ⑤ 긴까나 이렇게 설탕을 많이 넣은 걸 먹으면 ⑥ 냄냄하기도 하지만 몸에도 해롭단 말이야.”
성길 씨의 말에 아내가 펄쩍 뛰며 다시 끼어들었다.
“만날 먹는 것도 아닌데 당신이 싫으면 그만둘 일이지 모처럼 맛있게 잘 먹는 아이한테 왜 초를 치고 그 야단이에요? 혜영아, 그런 걱정 말고 어서 많이 먹으렴.”
“맛있는 걸 어떡해. 응, 알았어, 엄마.”
혜영이는 여전히 맛이 있다는 듯 케이크를 자꾸만 입에 넣고 있었다.
혜영이가 맛있게 먹고 있느 모습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던 성길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 세월 좋아졌다. 옛날 같으면 저런 걸 어떻게 먹어볼 꿈이나 꾸었겠어? 아빠가 어렸을 때 북에서 살 때는 생일날도 변변히 찾아먹기가 어려웠단다. 그래서 지금 문득 생각이 난다만, 어느 해 내 생일엔 마침 ⑦ 송치를 실컷 먹을 수 있었거든. 그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했던지…….”
성길 씨는 문득 어렸을 때의 일을 떠올리며 또다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또다시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참, 요즈음에는 꼬부랑국수(라면)는 물론이고 웬만한 음식에는 ⑧ 썩음막이약이 안 들어간 게 없다던데 똘투는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은 걸까?”
그러자 아내가 다시 펄쩍 놀라는 기색이 되어 성길 씨를 향해 눈을 흘기며 나무라고 있었다.
“으이그, 맛있게 잘 먹고 있는 아이 앞에서 왜 자꾸만 음식맛 떨어지게 초를 치고 그래요?”
“아참, 그렇지. 미안해. 지금부터는 입 꼭 다물고 있을게. 허허허…….”
아내의 핀잔에 성길 씨는 다시 머쓱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혜영이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 )
① 맛집 ② 케이크 ③ 설사 ④ 달다 ⑤ 그러니까 ⑥ 맛이 없다 ⑦ 배추 꼬랑지 ⑧ 방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