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대화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77)]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문득 혼자 중얼거리듯 아내를 행해 입을 열었다.


"요즘에는 ① 토피로 지은 집을 보기가 좀처럼 어렵더군. 아마 민속촌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겠지?“

”호호호…….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그렇지. 지금은 어딜 가나 ② 고층살림집이 아니면 ③ 하모니카주택④주첩해 있으니까 왠지 답답해서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단 말이야.“

”호호호……. 으이그, 낭만 같은 소리하고 있네요. 그저 아무 탈 없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그야 그렇지. 그나저나 입이 또 심심한데 어쩌지? 하다못해 집에 먹다 남은 ⑤ 알팡이라도 혹시 없을까?“

그러자 아내가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듯 톡쏘아 대꾸했다.


”어이구 당신도 참, 사다 놓지도 않았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있어요?"


“그래? 그럼 ⑥ 떠덕국이라도 해줄 수 있어?”


“어이구, 답답하시기는……. 그것도 재료가 있어야 만들지 그냥 말만 하면 저절로 만들어질 리가 있어요?”

“하긴 그렇지. 허허허……. 그럼 우리 오랜만에 모처럼 외식이나 하거 나갈까?”


그러자 아내가 다시 톡쏘는 말로 대꾸했다.


“어이구, 점점 답답하기는……. 우리가 지금 외식이나 하러 다닐 형편이 돼요? 그리고 외식을 한다면 무얼 드시려고요?”


“오랜만에 ⑦ 식판밥이나 먹으러 나가볼까? 혜영이도 좋아할 테니 말이야. 어때?”


“글쎄, 좋은 걸 누가 몰라서 그래요? 그놈의 이게 없으니까 그러는 거죠.”


아내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이렇게 대꾸했다. 아내의 말에 성길 씨도 지지 않고 다시 대답했다.

“그놈의 돈은 다 어디로 가서 숨어있는지 워언, 그나저나 당신이 혹시 쓰다 남은 ⑧ 사슬돈도 없단 말이지?”

“점점 답답하기는…….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요. 요즘은 먹고 죽으라고 해도 그럴만한 돈도 없네요.”

“허허, 이거 어디 내 체면이 점점 초라해져서 견딜 수가 있나. 그나저나 지난번에 어느 대선 후보가 재난지원금을 ⑨ 바꿈돈으로라도 준다고 하더니 이젠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간 것 같은 데 그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청와대로 ⑩ 신소청원이라도 넣어볼까?”


“으이그 답답하기는……. 낼 모레가 투표일인데 그건 이미 물 건너간 일인데 청와대에 올린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그리고 별 걸 다 올린다고 야단이시네요. 으이그 난 이제 답답해서 그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아내는 이렇게 대꾸하고 나더니 너무나 답답하다는 듯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런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거 있는 성길 씨 역시 마음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 )








< 북한말 풀이 >

① 흙으로 만든 집 ② 아파트 ③ 다세대주택 ④ 빽빽하게 들어섬

⑤ 뻥튀기 ⑥ 떡볶이 ⑦ 뷔폐식 ⑧ 잔돈 ⑨ 상품권 ⑩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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