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이사가는 날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78)]

by 겨울나무

화창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단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것은 아내도 혜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성길 씨가 살고 있는 ① 하모니카주택에서 어느 집에서 이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토요일이어서 모처럼 실컷 늦잠을 좀 잘까 했지만 이삿짐 나르는 소리에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성길 씨가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이 되어 아내를 바라보며 투덜거리듯 입을 열었다.


“어이구, 이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있나. 어느 집이 이사를 가는 모양이지?”


“3충에 사는 사람이 전세 만기가 다 되었는데 전세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아마 이사를 가기로 했다는 모양이에요.”


아내의 대답에 성길 씨가 다시 물었다.


“아하, 그렇군! 그럼 그 3층에 살던 사람이 지금까지 ② 동거집이 아니라 전세로 살았단 말이지?”

“아마 그런 모양이에요.”


“그랬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린 전세나 동거집이 아닌 내 집이어서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로군!”


“그럼요. 그나마 다행이고 말고요. 우리도 이런 집이라도 장만하지 않았다면 2년이 멀다 하고 저렇게 이사를 다니기에 바빴을 거에요.”


“아암, 비록 ③ 나누어치르기로 구입을 하긴 했지만 잘한 일이고말고. 그건 그렇지만 이런 집은 아무래도 귀찮고 불편한 게 있단 말이야.”


“뭐가 그렇게 귀찮고 불편한데요?”


“이런 집은 ④ 고층살림집과 달리 ⑤ 똑똑이장사꾼들이 제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시끄럽게 ⑥손기척을 하는 바람에 귀찮아서 살 수가 있어야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이나마도 난 저렇게 자주 이사를 다니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운 일이고.”


성길 씨는 이렇게 대꾸하고는 갑자기 기지개를 켜기 위해 온몸을 뒤틀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이구, 피곤해라. 그건 그렇고 요즘 잠을 실컷 잤는데도 왜 이렇게 자주 몸이 피곤하고 ⑦ 날끈한지 모르겠어.”


“봄이 되면 누구나 다 그렇다잖아요. 그래서 특히 봄에 보약을 사먹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건 그렇고. 우리 오늘 이렇게 시끄러우니까 집에 있지 말고 혜영이 데리고 모처럼 드라이브나 해볼까?”


“어이구, 당신도 차암, 드라이브 같은 소리 하고 있네요. 요즈음 휘발유 값이 얼마나 비싼데 쓸데없이 왜 돈을 길바닥에 뿌리고 다니려고 그래요?”


“어이구, 당신도 차암, 휘발유값이 무서워서 자동차를 그냥 집에다 놔두고 살자고? 고속도로 같은 데는 다니지 말고 그냥 ⑧ 나라길로만 조금 다니면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오면 되잖아. 요즈음은 나라길도 모두 ⑨ 원유비뜸으로 갈려 있어서 드라이브 하기는 아주 그만이거든. 안 그래?“


”싫어요.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요? 그럴 돈이 있으면 난 차라리 살림에 보태든지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사고 싶거든요.“


”당신도 차암, 워낙 알뜰한 사람인 건 인정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아내의 대답에 성길 씨는 그만 맥이 빠진 채 시무룩해진 표정이 되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 * )








< 북한말 풀이 >

① 다세대주택 ② 월셋집 ③ 할부 ④ 아파트 ⑤ 방문판매원 ⑥ 노크 ⑦ 나른하다 ⑧ 국도

⑨ 아스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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