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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04. 2022

얼굴의 때, 마음의 때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79)]

♣ 아첨하기 좋아하는 자는 충성되지 않고, 간하기 좋아하는 자는 배반하지 않는다.      

              < 정약용 >       

   

♣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에게 충분히 어울리는 부(富)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는 세계의 주인이 되어도 불행

    하다.      

            < 에피큐로스 >      


♣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부자가 되고자 하면 가진 것이 많기에 힘을 쓸 것이 아니라 욕심을 줄이기에 힘써

    라. 사람이란 욕심을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부족과 불만을 면할 수 없다.      

          < 플루타아크 영웅전 >          


♣ 욕심은 만족을 모르는 불가사리이다.      

           < 팔만대장경 >        





            

대인 관계에 있어서 우선 자신의 용모를 단정히 하고 대하는 것은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이며 상식이라 하겠다.     


     

옛날 세도가 당당한 어느 대신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세도를 이용해서 가끔 옳지 못한 부정한 일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었다.      


어느 날 그의 집에 마침 행사가 있어서 초대를 받은 많은 사람들이 그 집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마침 월남 이상재 선생도 참석하게 되었다.       

    

이상재 선생이 그 집 앞마당에 들어서자 그때 마침 대신은 앞마당에서 한창 세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맹물로 세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향내가 나는 이상한 것으로 얼굴을 씻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외국에서 처음으로 들어온 비누였던 것이다.      


그것을 본 이상재 선생이 대신에게 묻게 되었다.      


"대감, 냄새가 아주 좋습니다. 처음 보는 물건인데 그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러자 대감은 자랑스럽다는 듯 설명해 주었다.      


“이건 석감(石鹼)이라고도 하고 사분이라고도 하는 물건인데, 이것을 발라 문지르면 얼굴의 때가 아주 깨끗이 잘 지워진다네.”     


“아하! 그렇습니까? 그거 참 신통한 물건이 다 있었군요.”     


이상재 선생은 이렇게 대답하기가 무섭게 대뜸 비누를 들더니 입으로 한입 베어물고 우물우물 씹어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대신이 기겁을 해서 놀란 표정으로 말리고 있었다.      


“이 사람아, 그 비누는 겉의 때를 씻는 것이지 먹는 게 아니라네. 어서 뱉게나.”     


그러자 이상재 선생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꾸했다.


“예, 그건 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먹고 있는 것입니다. 소인은 뱃속에 하도 때가 많이 끼어 있어서 뱃속에 낀 시커먼 때부터 깨끗이 닦아내야 하겠습니다.”     


“……!”     


대신은 그만 이상재 선생의 대꾸에 마음이 찔린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늘 부정한 일을 일삼으면서도 그것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대신에게 일침을 주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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