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참된 삶의 보람

[지나친 기계 문명의 발달]

by 겨울나무

“그놈의 돈이 좀 넉넉하지 못해서 걱정이지 참 살기 좋은 세상이야!”


"맞는 말이야.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니까."


"아암, 그렇고말고, 이렇게 좋은 세상을 구경조차 못하고 일찍 죽은 사람들만 억울한 거지.“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백성들 모두가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면서 행복감에 젖게 되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일에 지치고 힘에 부쳐 찌든 나날을 보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상이 달라져도 이 정도로 편하게 달라질 줄은 몰랐던 일입니다.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해 돈만 좀 있으면 의식주 생활은 물론이고 마음껏 즐기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온 것입니다.


이처럼 편리하며 살기 좋은 세상이 되자 이 나라를 다스리는 어진 임금님은 더욱 욕심이 생겼습니다.


"여봐라! 지금까지는 모든 백성들이 저마다 일터나 직장에서 힘겨운 노동에 지치고 시달려 왔느니라. 그러니 이제부터는 되도록이면 일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여 백성들이 그 힘든 노동에서 모두 해방이 되는 일에 힘쓰도록 하여라!“


임금님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술자들이 발벗고 나서게 되었습니다. 모든 공장이나 산업체는 물론이고 농촌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와 연구를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자 이 나라는 더욱 몰라보게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직장이나 일터마다 옛날처럼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통 기계들이 괴물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모두가 백성을 사랑하는 임금님 덕분이었습니다.


우선 전매청(담배를 만드는 공장)의 예만 보아도 그랬습니다.


자그마치 천여 명이 훨씬 넘는 직원들이 모여 바쁘게 움직이던 공장에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고작 육중하게 생긴 기계 세 대만 덩그마니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중 한 대는 담배를 썰고 말리는 일, 또 한 대는 포장지에 무늬를 새겨 놓고 적당히 자르는 일, 그리고 마지막 한 대는 포장지 속에 담배를 예쁘게 말아 넣고 포장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이제 전매청에 남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사장님 하나와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자 세 명뿐이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없게 된 것은 건축 회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같으면 집을 짓거나 다리를 놓을 때,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인부가 그것도 몇 달씩 걸려야 겨우 끝낼 수 있던 공사를 지금은 불과 몇 대의 기계만으로 그 일을 거뜬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히야! 정말 편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란 말이야!“


“아암, 그렇고말고”


이제 공장이나 회사의 사장님들은 전처럼 많은 사람을 쓰지 않고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 신바람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이나 일터에 나가서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지금은 일을 하지 않고도 편안히 앉아 먹고 살 수 있어서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가 되자 백성들은 임금님과 우수한 기계들을 발명해 낸 기술자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 깊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딜 가나 사람이 직접 힘든 일을 하는 모습은 이제 전혀 볼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도시는 물론이고 농어촌 구석구석까지 어디를 가나 기계들이 괴물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잠시도 쉴 사이 없이 사람들이 하던 일을 도맡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는 학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옛날 같으면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열심히 공부를 하고도 부족하여 다시 학원에 나가거나 밤을 하얗게 밝히면서까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라는 것이 생기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부터 결석을 하는 학생들의 수가 차츰 늘어가는가 했더니 마침내 학교의 문이란 문은 모두 닫히고 말았습니다.


그 까닭은 컴퓨터라는 희한한 괴물이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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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덕분에 이제 학생들은 기계만 잘 다룰 줄 알면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공부를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컴퓨터라는 기계 하나 때문에 학교는 물론이고 선생님도 이제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이제 학생들은 공부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그 대신 너도나도 오락 게임을 즐거거나 틈이 나는대로 여행을 다니거나 산이나 들로 쏘다니며 즐기는 일에만 흥미를 가지고 쏘다니기에 바빴습니다.

회사나 공장 등 모든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 모두가 틈나는 대로 노름판이나 유흥장을 찾아다니며 놀기에만 바쁜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편안해서 신바람이 나는 것은 성인이 된 여성들이 더욱더 그랬습니다.


끼니때마다 귀찮게 반찬 장만을 하거나 밥을 짓는 일, 그리고 매일 산더미처럼 밀리는 빨랫감 등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시절은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밥이 저절로 되고, 잘 차려진 음식을 로봇이 대신 식탁 위에까지 갖다가 대령해 주는 편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매일처럼 산더미처럼 밀린 빨래는 세탁기가 혼자 알아서 처리하게 되었으며 빨래가 다된 후에도 로봇이 빨래를 꺼내어 빨랫줄에 자동으로 널어주는 일도 도맡아서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아기를 기르는 일도 로봇에게 맡기기만 하면 알아서 길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편하고 좋은 세상이 된 것은 확실하지만, 세상에 여자로 태어나서 밥을 짓는 일과 빨래하는 일, 그리고 아기를 낳고 기르는 즐거움도 어찌 보면 고생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요, 낙이며 행복이 아닐까요?


그런 건 남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에 남자로 태어났다면 말입니다. 어느 직장에 몸을 담고 일을 한다면 가령 그 직장의 일이 힘에 부친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열심히 비지땀을 흘려가며 일을 해야 보람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직장이나 일터에서 번 돈을 알뜰히 모으고 저축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일 말고 더 즐겁고 보람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어쨌거나 지금 이 나라 백성들은 기계문명이 발달하는 바람에 누구나를 막론하고 모두가 지겹고 힘든 일에서 해방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겁고 행복한 세월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나라 백성들 모두가 하나같이 매일 놀고, 먹고, 즐기는 일 외에 다른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제 어느 곳을 가나 옛날처럼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라고는 눈을 비지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어디를 가나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기계들의 시끄러운 소리들만 요란하게 들릴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만 그 기계들을 작동하기 위해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흐뭇하고 행복한 세월만을 보내던 어느 날, 결국 뜻밖의 일은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전하! 큰일났습니다. 담배 원료가 없어 더 이상 담배를 만들 수가 없나이다!”


맨 처음으로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헐떡이며 임금님 앞에 와서 아뢰게 된 사람은 다름아닌 전매청에서 기계를 돌리던 직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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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라고? 그렇다면 담배 원료를 더 사다가 쓰면 될 게 아니겠소?”


“그런게 아니옵니다. 전에 담배를 심던 사람들이 모두 담배 재배를 그만두고 놀고만 있는 줄로 아옵니다.”


"허어, 그거 차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동안 지나친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이 나라 백성들 모두가 놀고 먹고 즐기는 좋지 못한 습관이 몸에 밴 결과가 아닌가 하옵니다. 전하.“


”허어, 이런 변이 생길 줄이야!“


임금님이 얼른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서 아뢰게 되었습니다.

“전하! 이 일을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이 나라의 밀가루가 모두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로 임금님을 찾아와 아뢴 사람은 빵과 과자를 만드는 큰 공장의 사장님이었습니다.


“밀가루가 없으면 농촌에 가서 사 오면 될게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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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옵니다. 농부들이 기계만 믿고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요즈음에는 밀을 재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

는 줄로 아옵니다.”


“허어, 이거 정말 난리가 났군!”


임금님은 이거 이렇게 가다가는 큰일이 나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갑자기 별도리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임금님을 찾아온 것은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전하! 장차 이 나라 장래를 짊어지고 나갈 일꾼이 없어 걱정이옵니다.”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린고?“


“학교에 등교해서 지식은 물론 인성과 사회성을 배워야 할 학생들 모두가 학교에는 나오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 앞에만 붙어 앉아 있으니 이 나라 장래가 어두울 게 뻔합니다.”


“뭐, 뭐라고? 그거 참 낭패로다!"


선생님들에 이어 그다음에도 임금님을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백성들의 발걸음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연달아 길게 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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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학생들, 그리고 이 나라의 모든 백성들 모두가 하나같이 울상이 되어 구름떼처럼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임금님은 그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현깃증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힘은 들어도 옛날처럼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사를 짓도록 해주십시오!”


“학교에 나가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컴퓨터가 없어도 좋습니다. 제발 스승님의 가르침 밑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전하!”


“전하! 무슨 일을 해도 좋습니다.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마련해 주십시오!”


임금님은 그만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어서 두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그만! 더 이상 듣기 싫으니 제발 그만 좀 해요!”


그러나 임금님의 그런 괴로움은 아랑곳없다는 듯 백성들은 밀물처럼 계속 대궐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다시 한 여인이 임금님 앞으로 나와서 입을 열었습니다.


“전하! 이제 우리나라 백성들은 모두가 즐기며 놀기만 하고 사치와 낭비하는 습관에 젖은 든지 오래입니다. . 그러다 보니 일의 보람을 전혀 느끼지 못함은 물론 삶의 의욕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전하.“


”글쎄 듣기 싫으니 어서들 썩 물러나지 못할까? 여봐라! 지금 당장 이 나라에 있는 모든 기계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때려부숴버리도록 하여라!“


임금님은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렇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의 버럭 화를 내는 바람에 구름처럼 몰여들었던 백성들은 겁을 먹은 채 순식간에 대궐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대신들은 기계들을 부수기 위해 그 길로 사방으로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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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기계 문명의 발달.


그로 인해 삶의 의욕이 왕성했던 모든 백성들의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넉넉지는 않지만 열심히 일하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려던 모든 백성들의 꿈과 보람, 그리고 서로간의 인정과 사랑까지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만 것입니다.


“이런 낭패가 또 있나! 사람이 기계를 부려야 하는 건데 이건 오히려 거꾸로 됐단 말이야, 기계가 사람을 부려먹다 못해 모두가 기계의 노예가 되고 말았으니 말이야.”


임금님은 혀를 끌끌 차면서 이렇게 후회하고 있었지만 이제와서는 그 모두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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