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이란 것은 참으로 음흉한 여선생이다. 그것은 천천히 우리들의 내부에 그 권력을 심는다.
< M. 몽테에뉴/隨想緣 >
♣ 습관은, 그것이 습관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것이며, 그것이 합리적이라든가 올바르다는 데에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 B. 파스칼/팡세 >
♣ 습관의 쇠사슬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끊을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하다.
< L. 존슨 >
♣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서, 제1의 천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 B. 파스칼/팡세 >
조선 시대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판중추부사인 조경이 어느 대신의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판중추부사란 조선 시대 중추부의 으뜸 벼슬로 종일품 관직이며, 그 벼슬을 가진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조경이 가만히 보니 대신은 늦게 얻은 어린 손자를 몹시 귀엽게 기르고 있었다. 너무 귀여워하다 못해 아주 버릇없이 키우고 있는 것 같아 조경으로서는 마음이 몹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손자는 아무한테나 기어오르기도 하고, 곁에 있는 조경에게까지 함부로 상스러운 욕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대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전히 껄껄거리며 아주 즐거워하고 있었다. 손자를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손자가 자랑스럽다는 듯 치켜세우기도 하였다.
“어린 것이 늙은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능히 욕을 하는 것은 벌써부터 기상이 범상하지 않은 증거인지라, 장차 우리 집안을 반드시 크게 번창하게 할 큰 재목이 될 것이 아니겠소? 허허허…….”
그 말을 들은 조경은 마음이 편치 않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금방 차가운 표정이 되어 충고하듯 입을 열게 되었다.
“어린아이는 아직 판별력이 부족하므로 종아리를 쳐가면서 어른을 공경하도록 가르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합니다. 하물며 지금 남을 모욕하는 행동을 가르쳐서 이것이 나중에 버릇이 되어 성품으로 굳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가정에서는 물론 장차 나라에도 두려운 사람이 없다고 믿어 세상을 우습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다가 큰 범죄까지 저지르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소?“
”……!”
조경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대신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되면서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