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89)]
♣ 오늘 날 정치를 하는 것은 이미 학식이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은 아니다. 불학무식(不學無識)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정치인 것이다.
< 아리스토파네스 >
♣ 정치를 잘하는 길에는 백성의 마음을 따름보다 더 큰 것이 없다.
< 김정국 >
♣ 정치의 참 목적은 자유의 실현에 있다.
< B 스피노자 >
사납고 욕심 많은 호랑이 왕이 짐승나라 백성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워낙 욕심도 많고 심술이 많은 호랑이 왕이어서 죄없는 백성들을 함부로 윽박지르고 겁을 주며 부려 먹곤 하였다. 그래서 백성들은 날마다 기를 펴지 못하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가뭄이 몹시 들었다. 강도 샘물도 모두 말라버리고 나무와 풀도 모두 시들어버리고 말았다.그래서 백성들은 하루하루를 견디기가 더욱 고통스럽게 되었다.
그나마 호랑이 왕이 쓰는 옹달샘은 샘물이 끊어지지 않고 솟아 나오고 있었지만, 백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욕심쟁이 호랑이 왕이 아무한테도 물을 나누어 주지 않고 혼자만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만 마시는 것은 고사하고 마실 물도 없는데 더울 때는 샘물에 들어가서 목욕까지 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낮잠을 즐기고 있던 호랑이 왕이 잠에서 깨어나 갑자기 목이 말라 옹달샘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샘가에 찍혀 있는 다른 짐승의 발자국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 본 호랑이 왕이 노발대발하여 염소 대신을 향해 소리쳤다.
"어떤 놈이 감히 겁도 없이 왕의 물을 마시고 갔는지 알아보아라!“
”예잇, 알겠나이다.“
염소 대신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펴보고 난 뒤에 아뢰게 되었다.
“틀림없이 이리의 발자국인 줄로 아옵니다.”
“이런 무엄한 놈을 봤나! 감히 왕 혼자 사용하는 옹달샘을 겁도 없이 탐을 내다니! 당장 이리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잡아들이도록 하여라!"
호랑이 대왕의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리들이 모두 잡혀와서 왕 앞에 꿇어앉게 되었다.
”내 벌써부터 너희놈들이 짐을 우습게 여기고 이런 짓을 할 줄 알고 있었다. 허락도 없이 왕의 물을 훔쳐마신 죄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호랑이 왕은 대신들이 매달리며 말리는 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이리들을 모조리 단칼에 잡아 죽이고 말았다.
그 뒤로도 가뭄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져가고 있었다. 결국은 왕의 옹달샘마저 말라 버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짐승들이 모두 목이 말라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귀가 번쩍 뜨이는 소문이 호랑이 왕의 귀에 들어왔다. 이웃 승냥이 나라에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강과 샘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거참 좋은 소식이로군. 당장 쳐들어가서 강도, 샘물도 모두 빼앗아 버리고 말아야지!”
이렇게 큰소리를 치고 난 호랑이 왕은 곧 부하들을 거느리고 승냥이 나라로 쳐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목이 말라 기운이 빠질 대로 빠진 부하들이어서 제대로 싸움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승냥이들이 기를 쓰고 사납게 대들고 있어서 아무리 힘이 센 호랑이라 해도 도무지 혼자 당해 낼 재주가 없었다.
지치고 지친 끝에 호랑이 나라로 돌아온 호랑이 왕과 부하들이 할 수 없이 이번에는 승냥이 나라로 사신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깍듯이 사과를 하고 물을 구걸해 오기로 마음을 먹고 사신들을 향해 묻게 되었다.
"여봐라. 수치스럽기는 하지만 별 수 없이 사신을 보내서 구걸을 해야 하겠다.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느냐?”
그러자 염소 대신이 대답하였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지금 그들은 우리들을 몹시 미워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기에 아무나 보내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다만 가장 적합한 사신은 승냥이의 사촌인 이리라고 생각하옵니다.”
그러자 호랑이 대왕이 다시 명령하게 되었다.
"그래? 그렇다면 급히 이리를 데려오도록 하여라!“
그러자 염소 대신이 다시 대답했다.
”대왕마마, 얼마 전에 대왕마마께서 이리들을 모두 잡아다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리라고는 씨도 없는 줄로 아옵니다.“
”허어 그래? 그거 정말 낭패 중에 낭패로구나!“
호랑이 대왕은 그제야 크게 뉘우치며 후회하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 )
< 오상원의 우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