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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간청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88)]

by 겨울나무

♣ 견고한 기초 위에 좋은 건설이 있고, 튼튼한 뿌리 위에 좋은 꽃과 열매가 있다.

< 안창호 >





최술은 청나라 시대의 이름난 학자이다.


최술은 어렸을 때 일찍이 과부가 된 어머니의 엄격한 가르침과 보살핌으로 학문 연구와 글씨 공부에 전념하여 상당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에 호조판서 김좌명은 그런 최 술의 재능을 인정하여 아전(관아의 벼슬아치 밑에서 일을 보는 하급관리)으로 삼아 중요한 일을 맡아 보게 되었다.

어느 날, 최술의 어머니가 김좌명을 찾아오더니 자신의 아들인 최술을 아전직에서 파면해 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었다.


이에 김좌명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아들의 벼슬을 좀더 올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파면을 시켜달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나으리.”


“그럴만한 사정이라니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단 말이요?”


감좌명의 물음에 최술의 어머니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대감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지아비를 일찍 잃고 모든 희망을 그 아이에게 걸고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비록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제 자식의 학문이 나날이 진전되는 것을 보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대감께서 그런 자식을 어여삐 여기신 나머지 벼슬을 내리시고 중히 써 주시니 그런 영광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봉록을 받아 쌀밥을 먹게 된 지금이 오히려 겨밥을 먹던 지난날보다 더 마음이 편치를 않습니다.”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제 자식은 아직 학문이 짧고 모든 경험도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감께서 어여삐 여기셔서 중히 써 주신 다음부터는 제 자식은 당연히 그만한 자격이 되어서 그런 줄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지난번에는 제 자식이 어느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처가에서 밥상을 받고는 반찬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고 음식 투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벌써부터 이처럼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서야 어찌 장차 나랏일을 제대로 할 사람이 되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제 자식의 벼슬을 벗겨 새롭게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허허, 그거 참 가상한 일이로다!”


김좌명은 크게 감동한 나머지 최술을 바로 면직시킨 다음 더욱 학문에 정진하도록 뒤에서 돕게 되었으며 그 덕분에 후에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 * )


< 대동기문 권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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