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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17. 2022

원수를 갚고 보면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91)]

노인 세 명이 시원한 정자나무 밑에 한가롭게 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한 노인이 ‘장이야' 하고 소리치자, 상대방은 그만 수가 막혀 눈만 꿈벅거리고 있었다.     


“옛기 이 사람아, 그것도 못 받아?”     


그러자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노인이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훈수를 두기 위해 팔꿈치로 툭 친다는 것이 그만 장기를 두고 있는 노인이 물고 있던 담뱃대를 치게 되었다.    

  

아뿔싸!     


이런 변이 또 있나. 그 바람에 입에 물고 있던 물부리가 목구멍을 찔러 신음을 하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하고 말았다.     


팔꿈치를 쳤던 노인은 그만 기겁을 하여 놀라 어쩔 줄을 몰라 쩔쩔 매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뜻밖의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으니 무사할 리가 없었다.      


한동안 어쩔 줄을 모르고 쩔쩔매던 노인은 그만 겁이 나서 집으로 도망쳐 오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급히 세 아들을 불러 놓고 허둥지둥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대문을 벌컥 열어젖히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죽은 노인의 세 아들이 살기가 등등한 얼굴로 들이닥치게 되었다.


그러자 살인을 저지른 노인이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게 되자  막내아들이 얼른 대문 앞으로 나가 공손히 묻게 되었다.     


“어서 오게나.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로 이러는 것인가?”     


“지금 몰라서 묻는 거냐? 우리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러 왔다. 당장 너희 아비를 나오게 해라!”    

 

막내아들은 전혀 동요됨이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타이르게 되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네.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나? 그러나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안 되는 거라네. 그래도 정 참을 수 없다면 자네 마음대로 하게나. 그리고 잘 생각해 보게나. 만일 당신네 맏형이 원수를 갚으면 우리 맏형이 가만히 있겠나? 다시 원수를 갚기 위해 당신네 맏형을 죽이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당신네 둘째가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우리 맏형을 죽이게 될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 둘째 형이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당신네 둘째를 죽이고, 당신네 막내가 둘째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우리 둘째 형을 죽이면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네 막내를 죽이게 되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살아남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게 될 것이라네.”     


“……!!”     


그러자 지금까지 곧 죽일 듯이 흥분하여 날뛰던 죽은 노인의 세 아들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 * )    


             < 우리나라 민담 중에서 >           



                   





♣ 원수는 은덕으로 갚으라고 하였다.      

           < 우리나라 속담 >          


♣ 원수가 죽었을 때는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P. 시루스 / 격언 >     


♣ 진정 우리가 미워해야 할 사람이 이 세상에 많은 것은 아니다. 원수는 막상 맞은 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을 때가 많다.     

                 < 알랑 >     


♣ 원수를 가진 자는 도처에서 그를 만난다.      

          < 알리이븐 아브팔리브 >     

  

♣ 십 리가 모래 바닥이라 해도 눈 찌를 가시나무가 있다.      

              < 영국 속담 >    

  

♣ 개는 원수를 보고 짖는다. 그런데 사람이 원수를 가장 사랑할 때는 그가 죽었을 때이다.      

           < 플루타아크/ 영웅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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